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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이 식당]살 꽉찬 가을 꽃게 맛보려면…대표 맛집 3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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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바다·들판, 그리고 사계절이 있는 한국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제철 맞은 식재료가 넘쳐난다. 봄엔 주꾸미·미나리, 여름엔 갈치·복숭아, 가을엔 꽃게·새우, 겨울엔 꼬막·귤처럼 저마다 제맛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가 따로 있다. '제철 이 식당'은 매달 제철 맞은 식재료 한 가지를 골라 산지와 전문가 추천을 받은 맛집을 소개하는 코너다. 9월엔 꽃게다.

가을엔 살 꽉 찬 수게  

제철이라는 말에 알이 꽉 찬 암게를 상상하며 게 껍데기를 열었다고? 그렇다면 알은커녕 하얀 속살만 가득한 모습에 속은 기분마저 들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한입 크게 베어 물어보길. 입안 가득 찰 만큼 푸짐한 꽃게 살에 한 번, 씹을수록 느껴지는 단맛에 두 번 놀랄 거다. 그게 바로 가을 꽃게의 매력이다. '봄 암게, 가을 수게'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가을철엔 살이 올라 큼직한 수게가 인기다. 비록 봄 암게처럼 노란 알은 없지만 꽃게살만큼은 이때가 제일 맛있다. 프로간장게장의 이행수 상무는 "갓 잡아 올린 가을 수게는 속살이 가득 차고 단맛과 감칠맛을 지니고 있어 찜이나 탕으로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집은 간장게장은 봄 암게로, 꽃게찜 등 다른 메뉴는 가을 수게로 요리한다.
6월말 시작하는 여름 금어기가 끝난 8월 말부터 서해안 일대에선 제철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암수 모두 잡히지만 암게에 알이 배어있지 않아 주로 수게를 먹는다. 꽃게 암수는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게의 배 쪽 딱지 부분이 둥그런 것은 암게, 뾰족한 건 수게다.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담백한 가을 꽃게찜. [중앙포토]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담백한 가을 꽃게찜. [중앙포토]

싱싱한 꽃게는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꽃게전문점 춘하추동의 이영랑 사장은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꽃게는 일단 신선해야 비린내가 나지 않고 마르지 않아 살이 가득 차 있다"고 설명했다.
꽃게는 흐르는 물에서 솔을 이용해 눈과 다리 구석구석을 닦아 불순물과 톱밥을 제거한다. 더 플라자 세븐스퀘어의 김용수 수석 셰프는 "꽃게는 모래 바닥에 살기 때문에 조리 전 꼼꼼하게 닦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가을 제철 꽃게, 어디서 먹어야 할까. 꽃게 중매업을 하는 조영진·문병규씨가 인천에서 나는 꽃게를 받아 사용하는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꽃게 맛집 3곳을 추천했다.

게장만큼 일품인 꽃게찜 프로간장게장

서애숙(67) 창업주가 1980년 접장(게장을 담은 오래묵은 간장)으로 게장을 담아 팔기 시작한 이후 37년째 영업하고 있는 대표 맛집이다. 고(故) 하일성 야구 해설가를 비롯해 프로야구 선수들이 즐겨 찾는 데서 착안해 82년 원래 사용하던 '호남 아구찜'이라는 이름 대신 '프로간장게장'으로 쓰기 시작했다.
사용하는 꽃게 양이 많아 매일 새벽 전담 직원이 경매에 참여해 신선하고 튼실한 꽃게를 산다. 대표 메뉴는 역시 간장게장이지만 가을엔 담백한 꽃게찜과 시원한 꽃게탕이 인기다. 우선 꽃게찜은 살이 꽉 찬 수게를 찜통에 넣고 13분 동안 쪄내 감칠맛은 더하고 게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살렸다.

서울 신사동 프로간장게장의 꽃게찜. 크기가 크고 살이 꽉 찬 가을 수게를 쪄낸다. [사진 프로간장게장]

서울 신사동 프로간장게장의 꽃게찜. 크기가 크고 살이 꽉 찬 가을 수게를 쪄낸다. [사진 프로간장게장]

꽃게탕엔 꽃게 외에 다른 해물은 넣지 않는다. 이행수 상무는 "신선한 꽃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끼도록 다른 해물을 넣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신사동 본점뿐 아니라 삼성동과 일본 도쿄·오사카와 중국 상하이 등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가격은 꽃게찜 6만5000(소)·8만5000원(대), 간장게장 6만5000(작은 암게 2마리), 8만5000원(큰 암게 2마리), 꽃게탕 6만8000원(소)·8만8000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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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한 꽃게찜 예원본가

고양시 식사동의 꽃게전문점 예원본가의 꽃게찜. 매콤한 양념과 꽃게의 단맛이 어우러져 간장게장 못지 않은 밥도둑이다.[사진 예원본가]

고양시 식사동의 꽃게전문점 예원본가의 꽃게찜. 매콤한 양념과 꽃게의 단맛이 어우러져 간장게장 못지 않은 밥도둑이다.[사진 예원본가]

정양자 사장이 2007년 꽃게 도매업을 하던 사위의 제안으로 고양시에서 이름을 날리던 꽃게전문점을 인수했다. 정 사장은 "애들 다 키우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는데 가족들이 응원해줘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표 메뉴는 이집 역시 간장게장이지만 날 게를 못먹는 사람에겐 꽃게찜이 인기다. 콩나물·미더덕 등을 넣고 고춧가루 양념을 넣은 칼칼한 맛의 꽃게찜은 간장게장 못지 않은 밥도둑이다. 지금처럼 제철일 때는 신선한 수게로 만들고, 이 철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냉동 수게를 쓴다.

예원본가의 꽃게 요리. 왼쪽부터 알정식, 간장게장, 꽃게찜(큰 접시 기준). [사진 예원본가]

예원본가의 꽃게 요리. 왼쪽부터 알정식, 간장게장, 꽃게찜(큰 접시 기준). [사진 예원본가]

간장게장이나 꽃게무침(양념게장)뿐 아니라 꽃게찜도 발라먹는 게 번거로운 게 사실. 귀찮거나 치아가 약하다면 꽃게알비빔정식이라는 대안이 있다. 비록 제철 수게는 아니지만 간장게장의 살만 발라 각종 채소와 함께 담아낸다. 한정식집 부럽지 않은 푸짐한 반찬과 구수한 돌솥밥도 있다. 호박죽·김치전·샐러드 등 입맛을 돋우는 전채를 시작으로 가지·콩나물, 물김치, 멸치볶음 등 정갈한 밑반찬을 맛볼 수 있다. 가격은 꽃게찜 4만8000(중)·5만8000원(대), 알배기꽃게정식·간장게장정식 각 2만8000원씩.

꽃게전문집의 꽃게탕 춘하추동

'춘하추동'의 꽃게탕. 제철 꽃게를 비롯해 중하, 미더덕등 해산물을 듬뿍 넣는다.[사진 춘하추동]

'춘하추동'의 꽃게탕. 제철 꽃게를 비롯해 중하, 미더덕등 해산물을 듬뿍 넣는다.[사진 춘하추동]

가을 나들이하러 강화도에 간다면 석모도 보문사 입구에 있는 춘하추동에 들러보시길. 서해 바다를 보며 얼큰하고 구수한 국물의 꽃게탕을 맛볼 수 있다. 이영랑 사장은 꽃게가 많이 나는 곳을 찾다 2002년 강화도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강화도 꽃게를 썼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요즘은 주로 인천에서 꽃게를 받아쓴다. 이 사장은 "수게든 암게든 1년치 꽃게를 미리 사두면 살이 마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꽃게를 받는다"고 했다. 꽃게가 잡히지 않는 한겨울과 금어기인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늘 신선한 꽃게를 쓴다는 얘기다.

꽃게 요리를 주문하면 나오는 강화도 특산물 밴댕이 무침.[사진 춘하추동]

꽃게 요리를 주문하면 나오는 강화도 특산물 밴댕이 무침.[사진 춘하추동]

요즘 같은 9월엔 제철 수게로 만든 꽃게탕을 추천한다. 신선한 꽃게를 푹 끓여 껍데기에서 우러난 감칠맛과 된장을 넣어 구수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 살이 꽉 차 묵직한 꽃게와 중하(새우)를 넣어 먹을 게 많다. 밑반찬도 푸짐하다. 강화도 특산물인 밴댕이 무침을 비롯해 돌게장 등 단품 메뉴로도 손색없는 밑반찬들을 푸짐하게 차려낸다. 가격은 꽃게탕 6만원(4인분)이다.

가을엔 살 많고 단맛 나는 수게가 제철 #암게로 담는 간장게장 외에 꽃게찜과 꽃게탕에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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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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