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번 버스' 운전 기사 "억울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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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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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기사가 어린아이만 내려놓고서 엄마를 태운 채 그대로 출발했다는 민원으로 확산한 '240번 버스 기사' 논란과 관련해 운전기사 김모(60)씨가 심경을 밝혔다.

김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3일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식사도 거의 못했다"며 "너무 억울해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어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보니 인터넷이 이렇게 사람 인생 망가뜨릴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상에 퍼진 '240번 버스 기사 딸입니다'에 대해선 "본인 딸의 글이 맞다"고 말했다. 김씨의 두 딸은 아버지와 논의하며 해당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여성이 정류장을 놓쳐서 못 내린 줄만 알았다. 승객이 아우성을 친 일도 없었다. 아이 엄마만 '아저씨'라고 불렀다"며 "아이 엄마가 내린 뒤에야 다른 승객이 '왜 아이 엄마를 내려주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고 주장했다.

관련 논란으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던 서울시는 김씨가 운수사업법과 도로교통법, 버스 운영 매뉴얼을 준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류장이 아닌 곳에 버스를 세우고 사람을 내리도록 하기는 안전상 어려웠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는 버스회사 측에 "정신적인 고통이 크다"며 휴직계를 냈지만, 회사 측의 만류로 당분간 휴가를 가기로 의견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터넷에 김씨를 비판하는 글을 처음 올렸던 네티즌은 해당 글을 삭제한 뒤 12일 밤 새로 올린 글에서 "제대로 상황 판단을 못 하고 기사님을 오해해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기사님을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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