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탈당권유' 권고에 뿔난 친박계…"일사부재리 위배, 국민정서에 부합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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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친박계 핵심으로 손꼽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당이 자진탈당을 권유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당내 친박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내용을 담은 제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오른쪽)이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탈당을 권유하는 내용을 담은 제3차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오른쪽)이 질문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친박계 김태흠 최고위원은 "당내 화합이 우선이라고 하면서 대여투쟁을 해야 할 시점인데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된 행동"이라고 혁신위 권고를 비판했다. "당이 하나로 가는 시점에 혁신위에서 박 전 대통령이나 다른 의원들의 탈당 권유를 발표하는 것은 일단 중지시키고 절차적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당권유 대상으로 지목된 두 의원이 아니더라도 혁신위의 이같은 권고에 반발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혁신위의 결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직 1심 판결이 남은 상태에 성급하다"며 "이제는 과감하게 털어내고 국민이 바라는 한국당의 모습을 찾아 문재인 정부를 비판·견제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런 인적청산이 국민 정서에 부합할지 부정적으로 본다. 정치는 과거보다 미래를 보고 가야 하는데 (혁신위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이유다. 또 "그렇게 따지면 당 대표 등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홍준표 대표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당내 친박계는 이같은 탈당권유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서청원·최경환 두 의원은 지난 1월 인명진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등 당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비대위에 이어 혁신위에 의해 같은 사유로 징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서청원(왼쪽)·최경환 의원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서청원(왼쪽)·최경환 의원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한편, 탈당권유 대상이 된 두 의원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의원 측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은 바 없고 절차도 많이 남은 상태다. 현 상태에서 얘기하거나 공식 대응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최경환 의원 측은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법원의 판단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당의 발전과 정치적 도리를 위해 합당하다고 간청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매우 유감"이라며 "최 의원도 이미 징계를 받고 복권까지 된 상황에서 또다시 이처럼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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