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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코너링의 섹시운전사 '베이비 드라이버'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기상천외한 액션영화 ‘베이비 드라이버’(9월 14일 개봉)로 돌아온다. 똘끼ㆍ핏기ㆍ취기로 흥건한 코르네토 아이스크림 3부작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 ‘뜨거운 녀석들’(2007) ‘지구가 끝장나는 날’(2013)) 이후 4년 만의 신작. ‘베이비 드라이버’는 24시간 음악만 듣고 사는 탈출 전문 드라이버 베이비(안셀 엘고트)가 범죄와 로맨스 사이에서 아슬아슬 리드미컬한 액션을 벌이는 이야기다.

험상궂은 엔진음 대신 궁극의 플레이리스트로 질주하는 영화. 퀸ㆍ티렉스ㆍ비치보이스 등이 부른 불후의 명곡에 맞춰 차가 춤추고 달리고 뒤집힌다. 추억의 할리우드 자동차 추격 영화와 강도 영화를 버무리는 특유의 뒤틀기 신공도 여전하다.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는 없지만, 엘고트를 비롯해 릴리 제임스, 케빈 스페이시, 제이미 폭스, 존 햄, 에이자 곤살레스가 이 기상천외한 질주에 동참한다.

에드가 라이트의버킷리스트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2014년 약 10년을 몸담은 ‘앤트맨’에서 중도 하차했지만,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낙심하지 않았다. ‘베이비 드라이버’가 있었으니까.

‘베이비 드라이버’는 라이트 감독이 늘 해보고 싶었던 두 가지 스타일을 하나로 버무린 꿈의 영화다. “러닝타임 내내 음악을 달고 사는 캐릭터”와 “21살 때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Bellbottoms’를 들으며 떠올린 자동차 추격 영화”의 만남, 한마디로 지금껏 본 적 없는 리듬의 액션영화다.

한물간 일렉트로닉 그룹이지만, 이쯤 되면 민트 로열의 ‘Blue Song’ 뮤직비디오를 다시 볼 필요가 있겠다. 2003년 라이트 감독이 연출한 이 뮤직비디오는 ‘베이비 드라이버’를 위한 거대한 예고편이나 다름없다. 은행털이를 기다리는 도주 전문 드라이버가 음악에 맞춰 핸들을 두드리고, 와이퍼와 커플 댄스를 하는 모습. 이 장면은 이번 영화 오프닝에서 고스란히 재현된다.

Lights, Camera,Music, Action!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영화에서 베이비(안셀 엘고트)가 살아가는 애틀랜타는 도시 전체가 LP판 위에서 돌아가는 세상이나 다름없다. 사람도, 자동차도, 범죄도, 사랑도, 모든 게 음악에 맞춰 흘러간다. 베이비는 험상궂은 엔진음이 아니라 궁극의 플레이리스트로 질주한다. 박자를 놓치거나, 음악이 꺼지면 절대 액셀을 밟지 않는 고집불통 음악 성애자다. 레코드를 상징이라도 하듯 영화 속 이미지도 원형으로 수렴된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자동차 휠, 핸들, 계기판, 아이팟의 휠 버튼, 돌아가는 드럼 세탁기 등을 밀착해 보여주는데, 베이비 역시 직진보다는 커브와 드리프트에 능하다.

애초부터 라이트 감독은 30여 곡의 사운드트랙을 미리 짜놓은 다음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단순한 BGM이 아니라 시퀀스 전체의 분위기, 장면의 전환, 앵글 등을 비트와 멜로디에 맞춰 설계하는 치밀한 작업이었다. 하여 안무가 라이언 헤핑턴은 지나가는 행인, 카페 직원, 심지어 지나가는 개의 동선과 액션까지 연출해야 했다. 배우들은 종이 대본이 아니라, 사운드트랙이 저장된 태블릿 PC 형태로 대본을 받았고, 뮤지컬 배우처럼 음악을 고려하며 캐릭터와 액션을 연구했다.

영화를 볼 때 모든 움직이는 것들에 집중할 것. 배우의 걸음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사운드트랙에 맞게 박자를 맞추고 움직인다. 참으로 귀신같은 타이밍의 연속.

오 마이 베이비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선글라스와 이어폰을 뺄 줄 모르는 괴짜 드라이버. 기획 단계에서 라이트 감독이 생각했던 베이비는 근육질 액션 스타도, 화려한 패셔니스타도 아닌, 자신처럼 키가 작고 볼품없는 남자였다. 한데 193㎝의 훤칠하고 잘생긴 안셀 엘고트를 보는 순간 맘이 바뀌었다. “그는 베이비처럼 자신이 듣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이다.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춤도 잘 추고, 음악도 많이 듣고, 악기도 잘 다룬다. 영화에서 그가 이어폰을 끼고 데이브 브루백의 ‘Unsquare Dance’을 들으며, 테이블을 피아노 치듯 두드리는 장면이 너무 좋다.”

영화 초반 카메라는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애틀랜타 길거리를 누비는 베이비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는다. 엘고트가 얼마나 몸을 매력적으로 잘 쓰는 배우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장면. ‘버드맨’(2014,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에서 리건(마이클 키튼)을 쫓는 화면이 롱테이크 예술의 경지를 보여 준다면, ‘베이비 드라이버’의 롱테이크는 합이 잘 맞는 커플 댄스처럼 가볍고 상쾌하다.

베이비의 자동차들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영화의 동력이 음악이라고 해서, 자동차 액션의 밀도가 헐거울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90도로 틀어진 채 트럭 밑을 들어갔다 나오는가 하면, 두 바퀴로 벽을 타고 달리고, 180도로 회전하며 좁은 골목으로 빠져나가는 등 곡예에 가까운 자동차 액션이 영화 내내 이어진다.

영화엔 모두 150대가 넘는 차가 동원됐다. 오프닝 장면에 쓰인 차는 스바루 WRX. 실제론 4대를 번갈아 가며 촬영했다. 겉은 같지만 내부 장치는 4대가 모두 달랐다. 다양한 드리프트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사륜구동·후륜구동 등 엔진 구동 방식을 각기 개조했다.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베이비 드라이버' ⓒ2017 TriStar Pictures, Inc. and MRCⅡ Distribution Company L.P. All Rights Reserved

오프닝 추격전 차량으로 빨간색 스바루 WRX를 선택한 건 라이트 감독이 지나치게 비싸고 화려한 차를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 하기야, 은행 강도들이 도주를 목적으로 고른 차 아니던가. 라이트 감독은 말한다. “강도들은 무조건 눈에 띄지 않는 차를 고른다. 도로에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수 있어야 하니까. 색깔도 흰색·회색·빨간색 등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어야 적당하다.” 헬기까지 동원된 대규모 추격전에서 베이비의 차가 어떻게 경찰차를 따돌리는지 두 눈 똑똑히 뜨고 보라. 무릎을 칠 만하다.

동원된 차 가운데 가장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건 2015년형 닷지 챌린저 헬캣이다. 베이비가 엄마의 추억이 담긴 믹스 테이프를 돌려받기 위해 닥에게 달려가는 장면에 등장하는 자동차. 최대 출력 707hp, 400미터를 약 10.8초 만에 주파하는 무지막지한 놈이다. 시속 100㎞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3.6초에 불과하다. 스피드에 목숨 거는 ‘분노의 질주:더 세븐’(2015, 제임스 완 감독)에도 출연한 몸이다. 원래는 30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빠른 놈이지만, 이번 촬영에서는 얌전하게(?) 190㎞까지만 속도를 냈단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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