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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은 오래 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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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호 26면

2017년 선보인 라도의 ‘하이퍼크롬 캡틴 쿡’. 62년 처음 디자인된 오리지널 제품을 가장 닮았다. 직경 37mm 사이즈의 케이스는 남녀 모두에게 어울린다. 230만원대.

2017년 선보인 라도의 ‘하이퍼크롬 캡틴 쿡’. 62년 처음 디자인된 오리지널 제품을 가장 닮았다. 직경 37mm 사이즈의 케이스는 남녀 모두에게 어울린다. 230만원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머리를 쥐어짜며 매일 아침 닭 울음소리를 듣지만 디자인 창작은 늘 힘겹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소재는 계속 개발되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참신한 디자인의 출현은 악어의 눈물만큼이나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매일 공장에서 쏟아지는 저 무수한 신제품들에는 ‘디자인’이라는 게 없다는 말인가.

RADO & DESIGN <2> 빈티지

이쯤에서 ‘좋은 디자인(good design)’이란 뭘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2000년부터 ‘좋은 디자인’에 관한 개념을 정리해온 일본의 생활 디자이너 나가오카 겐메이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디자인을 갖춘 물건만이 긴 수명(long life)을 누릴 자격이 있다. 형태의 아름다움도 아니고 디자이너의 명성도 아니라, 일상에서 오랜 시간 사용해온 물건이 결국 좋은 디자인이다.”

1991년 하라 켄야(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와 함께 하라 디자인 연구소를 설립했던 나가오카는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새로운 소비의 장을 연다”는 목표 아래 디자인과 재활용품을 융합시킨 디&디파트먼트(D&DEPARTMEN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전역에서 탄생한 지 20년 이상 지난 생활용품 브랜드를 선별해 파는 편집매장 사업이다. 한편 그는 세계적으로 굿 디자인 운동이 일어났던 1960년대의 가구·그릇 디자인을 복원해 생산하는 ‘60비전’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오래되어도 가치 있는 것, 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놀라운 생명력과 흡인력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 우리는 그것을 ‘빈티지(vintage)’라고 한다. 생산연도 자체가 수십 년을 넘긴 제품, 그러니까 수천만 원짜리 프랑스 그랑퀴르 와인들처럼 나이가 많은 제품이 우선 해당한다. 오래전 여러 가지 이유로 생산이 중단된 것을 복원 또는 복각(원형을 모방하여 새로 제작)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시대가 인정하는 브랜드 역사와 디자인 족보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1962년 첫 선을 보인 ‘캡틴 쿡’ 오리지널 시계.(사진왼쪽) 2017년형 ‘하이퍼크롬 캡틴 쿡’. 오버사이즈 인덱스, 두툼한 화살형 핸즈, 장난기 가득한 앵커(닻) 장식까지 오리지널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했다. 230만원대.

1962년 첫 선을 보인 ‘캡틴 쿡’ 오리지널 시계.(사진왼쪽) 2017년형 ‘하이퍼크롬 캡틴 쿡’. 오버사이즈 인덱스, 두툼한 화살형 핸즈, 장난기 가득한 앵커(닻) 장식까지 오리지널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했다. 230만원대.

시대적 감성과 현대 기술 접목,‘하이퍼크롬 캡틴 쿡’

빈티지 제품들의 공통적인 콘셉트를 꼽으라면 첫 째는 역시나 ‘시간의 힘’이다. 오래된 디자인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신뢰감과 오래 봐도 여전히 매력적인 친근함이 있다.

올여름 스위스 시계제조사 라도(RADO)가 새로 내놓은 제품 ‘하이퍼크롬 캡틴 쿡(Hyper Chrome Captain Cook)’은 1962년 선보였던 다이버 워치 ‘캡틴 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복각한 것이다. 제품명은 18세기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의 이름에서 땄다. 캡틴 쿡은 세 번의 항해를 통해 희망봉·뉴질랜드·타히티를 거쳐 유럽인 최초로 하와이까지 진출한 영웅이다. ‘캡틴 쿡’ 시리즈는 이 위대한 탐험가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며 브랜드 라도의 개척정신과 혁신적인 성과를 상징한다.

‘하이퍼크롬 캡틴 쿡’은 62년 오리지널 모델의 디자인 코드를 충실히 따랐다. 오버사이즈 인덱스, 두툼한 화살형 핸즈, 그리고 장난기 가득한 앵커(닻) 장식 등이다. 60년대 디자인 업계의 특징 중 하나는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이 기발하고 유머감각 넘치는 유희적 디자인 제품을 대거 선보였다는 점인데, 여기서도 이런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구분되는 차별성으로 독특한 정서 자극  

‘하이퍼크롬 캡틴 쿡’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남녀 모두 직경 37mm로 사이즈는 작지만(60년대엔 남성 시계로 결코 작지 않았지만), 요즘 스포츠 시계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이 있다. 안쪽으로 경사진 베젤, 플랙시 글래스(유리처럼 투명한 합성수지)를 연상시키는 돔형 글래스, 두꺼운 흰색 실로 터프하게 꿰맨 가죽 스트랩 등이다.

빈티지 제품의 두 번째 콘셉트는 차별성이다. 이 시대에는 없는 독특한 정서가 살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이퍼크롬 캡틴 쿡’은 총 8가지 모델이 있다. 직경 37mm 유광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3가지 모델과, 직경 45mm 5등급 티타늄 케이스의 5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60년대 오리지널 모델에 가장 가까운 것은 직경 37mm 남성용 모델(갈색 가죽 스트랩)이다. 여성 모델은 다이얼에 8개의 톱 웨셀턴 다이아몬드 인덱스를 세팅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모든 시계에는 80시간 파워 리저브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했다. 100m 방수가 가능하다. 백 케이스에는 3마리의 해마 그림이 새겨져 있다.

오리지널 캡틴 쿡 컬렉션이 론칭된 해를 기념해 1962개만 한정 제작됐다. 빈티지 제품의 세 번째 콘셉트인 희소성을 충족하는 부분이다.

문의 031-5170-3104 현대백화점 판교점 ●

글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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