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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내셔널]개관 30주년 맞아 '감성 공간'으로 탈바꿈한 독립기념관 가보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충남 천안시 목천읍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 입구. 관람객들이 “어! 4관이 아니고 평화누리관이네!”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몇 차례 독립기념관에 왔었다는 김호민(45·대구시)씨는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같이 왔는데 새롭게 많이 변했다”며 “오늘 제대로 구경하고 가야겠다”고 말했다.

2015년 광복 70주년 맞아 7개 기념관 중 제4관 리모델링 들어가 #2년간의 공사 마치고 올해 '평화누리관'으로 재개관 #기존 3·1운동 중심 전시에서 독립의미와 가치생각하는 감성관으로 #김구 선생 등이 남긴 글 전시,독립운동 전과정 대형 영상으로 관람 #나머지 6개 전시관도 2023년까지 전면 리모델링 예정 #

평화누리관은 지난달 14일까지만 해도 ‘제4관’으로 불렸다. 독립기념관이 개관 30주년을 맞아 7개 상설전시관에 대한 첫 번째 교체사업으로 72주년 광복절이던 지난달 15일 재개관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달 29일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새롭게 바뀐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9일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새롭게 바뀐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신진호 기자

이미 두 차례(1992년, 2002년) 상설전시관 교체가 이뤄졌지만 이번 교체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추진한 것이어서 의미가 깊다고 한다. 전시관 교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독립운동사의 세계사적·미래지향적 가치를 되새기고 마음속에 간직하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나머지 6개 전시관도 2023년까지 전면 교체가 이뤄진다.

평화누리관 교체 작업에 참여한 독립기념관 조은경 학예연구사와 함께 내부를 둘러봤다. 외형적으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전시관의 명칭이다. 기존에는 ‘제4관, 겨레의 함성’으로 불렸다.

개관 30주년을 맞아 리모델링해 지난달 15일 개관한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 조형물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영상 등을 통해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신진호

개관 30주년을 맞아 리모델링해 지난달 15일 개관한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 조형물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영상 등을 통해 독립운동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신진호

3·1운동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전시관 주제도 ‘독립운동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보는 감성관’으로 전환했다. 기존에 있던 조형물을 없애고 공감의 공간으로 만든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각 공간으로 들어서는 길목마다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독립운동의 참뜻을 새기는 게 진정한 관람이라고 한다.

평화누리관은 독립운동의 전시와 실천·과제·계승이라는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나라를 잃은 시기에 독립과 자유를 되찾고 평화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전개한 독립운동의 참뜻을 되돌아보자는 의미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미래까지 이어지는 독립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후손들이 어떻게 이어갈지도 같이 고민하자는 뜻으로 공간을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29일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평화누리관 문에 들어서자 은은한 향이 흘렀다. 대나무와 꽃향기를 섞어 만든 향으로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즈넉히 둘러보라는 취지라고 한다.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제1존 ‘다짐의 길’은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명언·명문을 통해 나라를 되찾고 자유·정의·평화를 회복하려는 독립운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는 선열이 남긴 글이 레이저를 통해 비춰졌다. 유관순 열사의 ‘원수 일제를 물리쳐 주시고 이 땅에 독립과 자유를 주소서(중략)’ 김구 선생의 ‘민족 최고의 임무는 완전한 자주독립의 나라를 세우는 일이다(중략)’ 등이다. 다짐의 길 뒷편으로는 채광이 그대로 들어오는 공간이 마련됐다. 관람객이 벤치에 앉아 사색하며 선열들의 뜻을 되새겨보는 자리다.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자신들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자신들이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조은경 학예연구사는 “다짐의 길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도 결코 굽히지 않았던 독립운동가의 다짐과 의지를 만나는 공간”이라며 “그들의 말과 글에는 일제의 침략과 억압, 불의에 맞서 빼앗긴 나라를 찾으려는 독립운동의 참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오른편을 따라 이어지는 제2존 ‘실천의 길’은 50여 년간 이뤄진 독립운동의 전 과정을 대형 영상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에 감명받거나 도움을 준 외국인의 말과 글이 소개되고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전개된 독립운동의 모습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에서 한 어린이가 스크린화면에 보여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진호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에서 한 어린이가 스크린화면에 보여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진호

가족과 독립기념관을 찾은 윤재민(55·경기도 성남)씨는 “책이나 TV에서만 보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며 “실제로 일제의 만행을 겪으신 어르신들이 다녀가시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존 ‘하나됨의 길’은 여러가지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독립운동가 후손과 국민 등 각계각층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이 상영되고 관람객이 참여코너를 통해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선열의 희생정신과 애국정신을 추모하는 글을 써서 스캔하면 커다란 멀티화면에 글이 그대로 보여진다. 할머니·할어버지와 이곳을 찾은 이효리(5)양도 자신의 이름을 쓰고 그림을 그려넣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제4존 ‘울림의 길’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스러져간 선열들을 기억하고 그 뜻을 후손들에게 게승하자는 취지로 조성됐다. 독립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계승하고 선열들이 지향한 진정한 평화의 길로 나가는 데 동참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는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나라 찾는 달 다시 돌아와 살리라’는 등 선열들이 남긴 글이 전시됐다.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 제3존에 설치된 TV. TV를 통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나 국민 등 각계각층의 메시지를 상영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독립기념관 평화누리관 제3존에 설치된 TV. TV를 통해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나 국민 등 각계각층의 메시지를 상영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선열들이 남긴 글을 읽으면서 오직 ‘내 나라의 독립’을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희생한 숭고한 뜻이 마음에 와닿았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그것과는 다른 감동이었다.

조은경 학예연구사는 “평화누리관은 실물자료가 전시된 다른 주제관과 달리 자료를 전시하지 않는 감성관”이라며 ”넓지 않은 공간으로 스쳐지나가면 짧은시간에 둘러볼 수 있지만 공간을 하나하나 새기면서 둘러보면 한 시간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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