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 피고인 항소심도 무기징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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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검.지법 전경-가운데 광주고법

광주지검.지법 전경-가운데 광주고법

16년 전 전남 나주에서 일어난 ‘드들강 여고생 강간살인 사건’의 피고인이 31일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범행 부인하며 반성 않는 모습 고려할 때 1심형 적당" #피고인은 당일 다른 지역에 있었다며 혐의 인정 안해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사형 내려달라" 구형

광주고법 형사1부(부장 노경필)는 이날 오전 9시45분 여고생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강간 등 살인)로 기소된 김모(40)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씨는 지난 1월 1심에서 무기징역 선고와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40시간 명령도 받았다. 검찰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전남 나주 드들강 위치도. [사진 구글 지도]

전남 나주 드들강 위치도. [사진 구글 지도]

이미 다른 강도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교도소 수감 상태인 김씨는 1심 재판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혐의를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김씨가 17세의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죄질이 나쁜데도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반성하는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형량도 1심의 무기징역이 적정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당초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수사기관의 유전자(DNA) 분석 결과가 나오자 “성관계를 했을지 모르지만, 살해하진 않았다”는 입장을 보인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사건 발생 당일 김씨가 당시 여자친구와 전남 모 지역에서 찍은 사진을 김씨가 알리바이의 증거로 내세운 데 대해서도 "오히려 추후 재판에 대비해 범행 후 해당 장소로 이동해 행적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법원 법정. [중앙포토]

법원 법정. [중앙포토]

1심 재판부는 "강간살인 범죄를 저지른 뒤 옷이 벗겨진 채로 피해자를 방치하고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당시 17세로 자신의 꿈도 이루지 못하고 사망한 점, 이 사건 이후 괴로워하던 피해자의 아버지도 안타깝게 숨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2001년 2월 4일 새벽 드들강변에서 여고생이던 박모(당시 17세)양을 성폭행한 뒤 목을 조르고 강물에 빠뜨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광주광역시에 사는 박양을 채팅으로 만나 차량으로 이동한 뒤 범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건 직후 수사에 착수한 나주경찰서는 박양의 체내에서 용의자의 DNA를 채취했지만 누구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11년간 미제 상태였다. 경찰은 2012년 8월 “드들강 사건 용의자의 DNA와 교도소에 수감된 김씨의 DNA가 일치한다”는 대검찰청의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재수사에 나서 광주지검 목포지청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당초 소극적인 수사로 “성관계를 넘어 살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2014년 10월 김씨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후 광주지검이 가족들의 요청에 다시 수사에 나서 지난해 8월 박양의 생일에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이번 사건은 70대 법의학자가 자신의 혈액을 채취해가며 실험 끝에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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