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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ㆍ위례 등 아파트 분양권 '투기 세력' 600여명 무더기 검거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업자 관련 압수품. 최규진 기자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 업자 관련 압수품. 최규진 기자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공증서류를 이용한 불법 투기로 수억원을 챙긴 부동산 업자 등 수백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주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증업자 장모(55)씨와 청약통장 업자 장모(54)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부동산 알선업자와 매도자 등 불법 전매자 60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2013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 강남권 내곡·마곡·세곡·수서와 경기도 위례신도시, 미사강변도시 등에서 분양권을 확보한 뒤 불법전매를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를 살 능력은 없지만, 분양권 당첨에 유리한 무주택자나 다자녀 가정 등에 접근해 약 1000만원을 주고 위장 전입이나 위장결혼 등을 종용한 뒤 분양권을 확보했다. 당첨된 분양권은 부동산 알선업자 등에게 비싸게 팔았다.

장씨는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계약서의 효력을 갖는 공증서류를 만들어 주는 식으로 법망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전매제한 기간에는 전매 등 매매 계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장씨는 법무법인을 통해 공증서류를 발급받아 전매제한 기간에도 거래가 이뤄지도록 만들었다.

해당 공증에는 분양권 판매자가 자신이 받은 계약금의 2~3배 정도 되는 약속어음을 발행하도록 한 뒤, ‘전매제한 기간이 끝난 직후 명의 이전을 해주지 않으면 약속어음 금액에 대한 채무를 지게 된다’는 특약을 만들어 매수자들의 명의 이전을 보장했다.

이 과정에서 장씨는 아파트 불법전매 관련 서류 2678건을 법무법인 3곳에 몰아주고, 공증액의 40%인 3억8000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매도자들은 이를 통해 전매제한 기간에도 매수자에게 분양권 명의 이전을 약속하는 등 불법 투기로 수억 원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전매제한 기간인 것을 알고도 분양권을 사들인 매수자들에 대해서는 해당 구청에 통보해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에도 통보하는 한편,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불법전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은 과태료 부과대상 5400명에 최소 270억원의 과태료가 물릴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전매에서 매도자만 처벌된다는 대법원의 판례 때문에 단속이 이뤄져도 처벌을 받지 않아 분양권 불법 전매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매수자와 불법 전매의 공증에 가담한 변호사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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