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피부 닿는 쪽 위로 하고 통풍"…월경 앞둔 ‘생리대 노마드’의 대안 찾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의 모습. [연합뉴스]

2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생리대 판매대의 모습. [연합뉴스]

"그럼 도대체 뭘 써야 하는 거죠?"

수입 생리대·면 생리대 판매량 폭증 #"이거라고 믿을 수 있나" 불신도 팽배 #생리대 품질 검사 진행한 여성단체 #'독성 생리대' 전체 명단 공개 고심 중 #"통풍 잘 되는 곳에 놓아라" 조언도

요즘 회사원 유모(30)씨는 누구에게라도 이렇게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월경 예정일이 다가오는데 믿고 쓸만한 생리대는 아직 찾지 못해서다. 유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기 기저귀가 오히려 낫다'는 둥 별 얘기가 다 나온다"고 털어놨다.

'독성 생리대' 파문 이후 일회용 생리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수많은 여성들은 '생리대 노마드'가 됐다. 믿을 만한 생리대 제품을 찾지 못해 여러 정보를 찾아다니며 헤매는 여성들을 '유목민'에 빗댄 표현이다.

24일 서울의 한 드럭스토어 매대. 수입 생리대 코너에 상품들이 전부 팔리고 없다. 홍상지 기자

24일 서울의 한 드럭스토어 매대. 수입 생리대 코너에 상품들이 전부 팔리고 없다. 홍상지 기자

여성들은 수입 생리대 또는 면 생리대, 생리컵 등 스스로 대안을 찾아 나섰다. 25일 해외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이 건강식품 전문쇼핑몰 '비타트라'의 생리용품 해외직구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 18~24일 주문 물량은 11~17일 대비 약 6.6배 증가했다. 특히 유기농 소재 등이 함유된 '친환경 생리대' 소비가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생리컵 판매 건수는 470% 뛰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도 최근 일주일 간 면 생리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877% 폭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학원생 김모(27)씨는 "생리대 성분 검사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똑같이 허술하다고 해서 외국 시민단체에서도 말이 많다고 들었다. 수입 제품이라고 무작정 믿고 쓰기도 좀 미심쩍다"고 말했다.

여성환경연대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제보자 동반으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보자들은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이후 생리주기 변화와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이상 증상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박종근 기자

여성환경연대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 규명과 철저한 조사를 위한 기자회견'을 제보자 동반으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보자들은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이후 생리주기 변화와 생리통이 심해지는 등 이상 증상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박종근 기자

지난 3월 강원대 연구팀과 일회용 생리대 품질 검사를 진행한 여성환경연대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 제품명 공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단체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릴리안'이라는 이름이 대중에 공개돼 벌어진 논란이 우리의 예상보다 너무 커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22일 여성환경연대는 검사 결과를 공개하며 일회용 생리대 10개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리대 품질 검사 기준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 관련 기준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벤젠·톨루엔·아세트알데하이드 등 수많은 화합물을 통틀어 일컫는 명칭으로 상당수는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노출될 시 피로감·두통·현기증 등을 일으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아직 시민단체의 검사 결과가 검증되지 않았으니 식약처·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품질 검사의 신뢰성을 파악해야 한다. 아울러 이게 단순히 한 제품에만 한정된 문제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불안해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들려줬다. 그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걱정된다면 생리대 포장을 개봉한 뒤 피부 닿는 쪽을 위로 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몇 시간이라도 놓아두는 게 효과적이다. 말 그대로 '휘발성 물질'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사용하면 100%는 아니더라도 70~80%는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생리대를 오래 착용할수록 세균 증식 등의 가능성이 있어 최대한 생리대를 자주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식약처는 25일 산부인과 전문의,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전문가 회의를 실시했다. 전날 식약처는 릴리안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를 비롯해 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한국피앤지·웰크론헬스케어 등 국내 생리대 제조업체 상위 5곳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도 벌였다. 신경승 식약처 의약외품정책과장 직무대리는 "조사 결과 문제가 확인되면 바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