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원은 왜 1200억원 됐나…동부제철 전기로, 헐값 매각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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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동부제철 당진공장. 이 공장은 철강경기 악화로 심각한 경영난을 격으면서 지난 2014년 12월부터는 열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12일 오전 동부제철 당진공장 직원들이 공장내 전기로 등 모든 시설이 멈춰선 열연공장을 순찰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동부제철 당진공장. 이 공장은 철강경기 악화로 심각한 경영난을 격으면서 지난 2014년 12월부터는 열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12일 오전 동부제철 당진공장 직원들이 공장내 전기로 등 모든 시설이 멈춰선 열연공장을 순찰하고 있다

충청남도 당진의 동부제철 열연 전기로 공장이 해외로 팔려간다. 동부제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란 카베스틸과 매각 협상을 이달 중 마무리 짓는다고 23일 밝혔다. 매각가는 1200억원. 제철소 투자비 1조2000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은행, 이란 카베스틸과 이달 중 매각 협상 종료키로 #중국, 증산 경쟁 나서며 열연 매력 떨어져…발전소 가격하락 #설치된 지 벌써 8년, 전기로 수명 다한 점도 가격에 악영향 #

다시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다. 동부제철 관계자들은 그동안 투자를 고려하면 5000억~6000억원이 적정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당장 1200억원에 팔지 않으면 자칫 고철로 넘겨야 할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2009년 동부제철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로를 들인다고 했을 때만 해도 열연 제철소는 귀한 몸이었다. 열연 발전이 냉연보다 이익률이 10%포인트가량 높아서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중국 제철소들이 대거 증산에 나서며 국내 열연 전기로 제철소의 경영이 악화했다. 2000년대 중반 8억 t 정도이던 글로벌 철강 생산량은 2015년 15억 t으로 불어났다. 전기로에 쓰이는 고철 가격이 오른 데 비해 철광석 가격은 하락해 전기로로 생산한 철강 값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 새로운 전기로 제철소를 짓는 데 드는 비용도 6000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2014년 가동을 멈췄기 때문에 실제 가동한 기간은 5년밖에 안 되지만 채권단으로서는 이미 가동한 지 8년이 넘은 전기로가 높은 가격에 팔리길 기다려 줄 여유는 없는 실정이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부제철 전기로 매각가격은 시장 가격에 따라 인수자 측과 협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종근 동부제철 전 부회장은 "전기로의 수명은 20년 이상이며 건설 비용도 1조5000억원이 넘는다"며 "국부 차원에서 전기로를 헐값에 매각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동부제철 당진공장. 이 공장은 철강경기 악화로 심각한 경영난을 격으면서 지난 2014년 12월부터는 열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12일 오전 동부제철 당진공장 직원들이 공장내 전기로 등 모든 시설이 멈춰선 열연공장을 순찰하고 있다.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동부제철 당진공장. 이 공장은 철강경기 악화로 심각한 경영난을 격으면서 지난 2014년 12월부터는 열연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있다. 12일 오전 동부제철 당진공장 직원들이 공장내 전기로 등 모든 시설이 멈춰선 열연공장을 순찰하고 있다.

당진 열연 제철소의 가격이 과다 계상된 측면도 있다. 동부제철이 전기로 설치를 처음 검토했을 때만 해도 전기로 설치비용은 5800억원(장부가격 기준)에 불과했다. 채권단 측 계산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원·달러 환율이 크게 뛰어 비용이 불어났다. 고철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동시에 고꾸라졌다.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만 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부터 이란 등 10여개 업체와 접촉해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에 난항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부제철은 채권단이 영업환경과 무관하게 공적자금 회수 논리로 밀어 부치고 반발하고 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 동력을 고려하지 않고 워크아웃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건자재 등 국내 시장에서 철강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만 주어진다면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채권단이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서둘러 헐값에 파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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