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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최고 호러영화30] ① 오컬트 호러 걸작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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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늦더위를 달랠 위험한 초대장. 2010년 이후 최고의 호러 영화 30편이다. 완성도는 둘째, 일단 무섭고 살벌하고 재밌는 영화로 리스트를 꾸렸다. 최근 다시 유행하는 오컬트부터 사회성 짙은 호러영화까지 여러 갈래를 나눴으니 취향에 따라 즐기거나 피하면 되겠다.

오컬트 호러의 귀환
악령과 저주가 지배하는 오컬트 호러는 시대를 거듭하며 진화하고 있다.

※ 감독 | 제작연도 | 등급
※ 비명 유발 | 피가 철철 | 영화의 참신함 (100점 만점)

라스트 엑소시즘

'라스트 엑소시즘'

'라스트 엑소시즘'

다니엘 스탬 | 2010 | 15세 관람가
비명 유발 55점 | 피가 철철 25점 | 영화의 참신함 65점

악령을 퇴치해 무고한 소녀의 영혼을 구하라. 엑소시즘 호러의 이 해묵은 공식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변주한 작품. 퇴마사 가문의 독자 마커스 목사(패트릭 파비언)는 타고난 쇼맨십으로 어릴 적부터 교단의 스타로 특별 취급받지만, 사실은 사탄을 믿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촬영팀과 악령 들린 소녀 넬(애슐리 벨)을 찾아간 그는 의도치 않게 두 번의 엑소시즘을 치르며 사탄의 실체에 다가간다. 오만방자하던 그가 여유를 잃음과 동시에 통제 불능의 공포가 불길하게 차오른다.

이 영화의 야심은 애당초 1973년 영화 ‘엑소시스트’(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그 유명한 스파이더워크를 넘어서는 데 있지 않다. 현란한 액션보단 사실감에 힘줬다. 사탄으로 인해 뒤틀리고 꺾이는 소녀의 몸동작은 모두 운동기능 과잉증 덕(?)에 유연성이 남다른 배우 애슐리 벨이 연기한 것. 공포의 8할은 후반부 갈수록 속도를 높이며 드러나는 어떤 진실에 있다. 여느 엑소시즘영화를 상상했다면, 뒤통수가 꽤 얼얼할 만하다. ‘겟 아웃’의 망나니 청년 역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앳된 얼굴로 잊지 못할 엔딩 신을 남긴다.

인시디어스

'인시디어스'

'인시디어스'

제임스 완 | 2010 | 15세 관람가
비명 유발 75점 | 피가 철철 10점 | 영화의 참신함 80점

고풍스러운 오컬트 호러를 부활시킨 신호탄. 새 집으로 이사 후 원인불명 혼수상태에 빠진 여섯 살 박이 아들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아빠 조쉬(패트릭 윌슨)가 ‘저세상’을 향해 유체 이탈한다. 150만 달러(약 17억원)의 빠듯한 예산으로 가능할까, 싶은 스토리를 발상 전환으로 돌파하는 건 제임스 완 감독다운 ‘돌직구’다. 초저예산 ‘뉴 타입’ 호러 데뷔작 ‘쏘우’(2004)로 수십 배 수입을 낸 흥행사 아닌가.

흉측한 악마 비주얼을 백주대낮에 들이밀지 않나, 기존 집 세트에 연무 깔고 조명만 바꿔 ‘저세상’이라고 우기는데, 희한하게도 스토리에 멱살 잡힌 듯 슬슬 몰입된다. 마지막까지 미신을 의심하는 조쉬의 ‘상식적인’ 반응과 허당 고스트버스터즈 콤비의 심령술 가이드는 거부감 없이 오컬트에 입문하게 만드는 일등공신. 온갖 께름칙한 혼령들을 쏟아내는 후반 20분여 ‘귀신의 집’ 구간은 맘껏 놀라며 스트레스 풀기에 손색없다.
2편 ‘인시디어스:두 번째 집’(2013, 제임스 완 감독)으로 이어지는 ‘떡밥’도 딱 알맞게 허를 찌른다. ‘폴터가이스트’ 1·2편(1982~1986)에서 적잖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컨저링

'컨저링'

'컨저링'

제임스 완 | 2013 | 15세 관람가
비명 유발 80점 | 피가 철철 20점 | 영화의 참신함 70점

제임스 완 호러에 ‘웰메이드’ 수식어를 선사한 작품. 오프닝신을 ‘훔치며’ 스핀오프 속편의 주인공이 된 애나벨 인형부터 21세기 웬만한 엑소시즘영화 이상으로 실감나는 퇴마 신까지, 클래식 호러 매니아를 흥분케 할 미장센이 그득하다. 더구나, 실화다. 두 건의 자살과 익사, 열한 살 소녀 강간살해, 얼어 죽은 네 명의 희생자. 그런 사건이 있었던 줄 모른 채 1971년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외딴 저택으로 이사한 페론 가족은 곧 기이한 현상에 시달린다. 숨바꼭질이 이렇게 오금 저리는 놀이일 줄이야. 초자연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가 하나둘씩 진상을 밝힐수록, 더 사악한 것들이 가족의 영혼을 좀먹는다.

여전히 생존해 있는 로레인 워렌은 영화에 깜짝 출연도 했다. 극 중 로레인(베라 파미가)의 강연 장면 맨 앞줄에 앉아있는 노부인이 바로 그. 완 감독의 가족 재난영화풍 오컬트 호러 스타일은 1977년 영국 엔필드 주택가 한복판 폴터가이스트 사건을 다룬 2편에서 한층 낭만적으로 이어진다. 제임스 완 호러의 간판스타 패트릭 윌슨의 예상치 못한 노래 장면이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살인 소설

'살인소설'

'살인소설'

스콧 데릭슨 | 2012 | 청소년 관람불가
비명 유발 70점 | 피가 철철 40점 | 영화의 참신함 60점

유혈낭자한 장면도, 욕설도, 섹스도 없다. 그럼에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유? 첫 장면부터 감이 온다. 부모와 어린 남매가 자신의 집 뒷마당 나무에 목 매달린다. 그들의 머리에 맨 밧줄을 마치 나무가 스스로 끌어 올리는 듯한, 기이한 광경. 8㎜ 필름의 거친 질감이 섬뜩함을 더한다. 맞다. 이건 스너프필름(실제 폭력·살인·강간 장면을 촬영해 은밀히 유통하는 영상)이다. 실화 범죄 소설가 앨리슨(에단 호크)은 오늘 막 이 일가족이 죽은 집으로 이사를 온 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와 어린 아들·딸까지 데리고, 이곳에서 쓰는 새 소설로 10년 전 명성을 되찾기 위해 말이다. 그러나 다락에서 우연히 발견한 필름엔 처참하게 살해당한 다섯 가족의 최후가 찍혀있다.

공동 각본가 C 로버트 카길이 미국판 ‘링’(2002, 고어 버빈스키 감독)을 본 날 꾼 악몽에서 착안한 영화답게, 한 번 보면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저주 같은 스너프필름의 잔상이 괴롭도록 길다. 고대 바빌론까지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주술적 존재의 일가족 몰살이 너무 ‘쉬워’ 더 살벌하다.

곡성(哭聲)

'곡성'

'곡성'

나홍진 | 2016 | 15세 관람가
비명 유발 80점 | 피가 철철 90점 | 영화의 참신함 80점

작은 시골마을이 일가족 연쇄 몰살 사건으로 쑥대밭이 된다. 최대한 몸 사리며 살아가던 경찰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김환희)도 눈을 뒤집으며 발작 증세를 보인다. 종구의 의심은 어디선가 흘러든 일본인 외지인(쿠니무라 준)에게로 쏠린다.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에게서 악마 형상을 본다. 누군가는 산채로 벼락을 맞고, 무언가에 홀린 듯 자기 가족을 죽인 이들은 낯빛이 검게 죽어 타인을 물어뜯으려고 덤빈다. 한국형 엑소시즘, 내지는 좀비영화라 해도 좋을 만큼 이 영화는 초장부터 오컬트적 물량공세로 관객의 혼을 쏙 뺀다.

적응이 돼간다 싶은 중반부 76분 지점 홀연히 나타난 박수무당 일광(황정민)의 존재감은 신의 한 수.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신들린 굿판과 반작용처럼 본색을 드러내는 동네 여인 무명(천우희)의 정체. 낯설고 음험한 것들의 폭포 속에 끝내 ‘왜’가 없다. 무고한 사람들은 왜 죽어야만 했나. ‘추격자’(2008) ‘황해’(2010)의 나홍진 감독이 처음 희생자의 시선으로 그린, 지금껏 가장 지독한 지옥도다. 상영 시간 156분이 짧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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