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상원의 포토버킷(2) 영어전도사로 인생2막 연 예비역 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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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이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관련 사진을 보며 ‘꼭 이루고 말리라’고 다짐해보고, 자기 최면을 걸어보는 것도 그중 하나다. '포토 버킷'은 사진으로 만드는 버킷리스트다. 이루고 싶은 꿈을 사진에 투영하면 꿈을 목적지로 하는 내비게이션이 켜지고 현실화하는 여행이 시작된다. 개인적인 경험에 더해 이미 꿈을 이룬 분들을 찾아 ‘사진 한장’에 담긴 스토리, 준비과정, 비결 등도 곁들일 것이다. 즐거운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가볍게 출발해 보자. <편집자>

무언가 새롭게 되고 싶은 모습, 하고 싶은 일, 갖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이 떠올랐을 때 하는 행동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올렸다가 시간이 지나 잊어버리는 거나, 아니면 어딘가에 적어 놓고 사진을 붙여 기억할 수도 있다. 물론 사진을 붙여놓는다고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많은 전문가와 자기계발 서적들이 얘기하고 있다.

UN본부 사진 보며 저기서 일하겠다 다짐 #장군진급 대신 국제무대 누비는 군인돼 #퇴역후엔 영어연구소 세우고 책도 출간

보통 사람들도 이런 이론은 몰라도 부지불식간에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학생들은 가고 싶은 대학교의 사진과 함께 ‘할 수 있다!’라고 써서 책상 앞에 붙여놓고 시간을 아껴 공부한다. 주부들은 살고 싶은 집이나 가고 싶은 여행지의 사진을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 놓고 기회를 노린다.

필자의 출판강연회에 참석해 알게 된 이용재(이용재 영어연구소장) 씨도 그런 경우다. 그가 사진 한장에 담아 도전하며 꾸었던 꿈을 이루는 과정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필자가 ‘꿈을 이루어 주는 사진 한장’의 위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용재 '이용재영어연구소' 소장. [사진 이상원]

이용재 '이용재영어연구소' 소장. [사진 이상원]

이용재 소장은 육군 예비역 대령이다. 육군사관학교 41기로 1985년 임관해 2012년 전역하기까지 28년간 보병 장교로 근무하였으니 그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단어는 역시 ‘군인’이다. 미8군 한미훈련조정관, 파키스탄 유엔평화유지군 옵서버, 미 육군지휘참모대학 교환교수, 유엔본부 군 사부 유럽 및 중남미 팀장 등을 거쳐 국제적십자위원회 한국인 첫 군사대표를 역임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한 경험이 많다는 것이 ‘보통의 군인’들과는 다른 점이다.

이용재 대령의 유엔본부 근무 시절. [사진 이상원]

이용재 대령의 유엔본부 근무 시절. [사진 이상원]

전역하고 나서 그 간의 경험을 살려 본인의 이름을 딴 영어연구소를 열고, 최근 『영어바보』라는 책도 출판했다. 책을 읽어보니 그는 군생활이 한창이던 삼십 대 중반까지도 ‘Peace’라는 단어조차 알아듣지 못하는 소위 ‘영어 바보’였다. 모든 군인이 영어를 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 해도 삼십 대 중반까지 영어 바보였던 직업군인이 오십 넘어 전역한 후 영어전도사로 변신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이용재 대령이 출간한 책 '영어바보'. [사진 이상원]

이용재 대령이 출간한 책 '영어바보'. [사진 이상원]

꿈 이루게 한 유엔본부 전경 사진  

다소 늦은 나이에 새로운 변신에 성공한 비결을 묻는 필자에게 이 소장은 한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UN본부 전경 사진이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PC 바탕화면에 깔아두고 항상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저기서 근무하는 군인이 되리라’ 다짐했다고 한다. 결심이 흔들릴 때마다 UN평화유지군(PKO) 등의 사진을 추가로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용재 대령이 바탕화면에 깔아둔 포토버킷. [사진 이상원]

이용재 대령이 바탕화면에 깔아둔 포토버킷. [사진 이상원]

전역 후 군인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영어전도사로 변신한 것도 눈길을 끌었지만, 사실 필자가 더욱 관심을 가진 것은 장군 진급과는 멀어질 수도 있는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 “’별을 단다’라고 표현할 만큼 장군 진급은 군인에게 대단한 영예다. 사람들이 진급 가능성이 없거나 자신이 없어서 다른 선택을 한 것으로 오해하지 않느냐”라고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질문을 던지고 나서 실례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이 소장은 오히려 아주 반가워 하면서 “미 지휘참모대학 교환교수로 근무하면서 대령진급과 함께 유엔본부 PKO전문직으로 선발됐다. 경력관리와 장군 진급을 위해서는 귀국해 연대장을 맡아야 했지만 유엔본부를 선택했다. PC화면에 저장해 두고 보면서 꿈을 키웠던 UN본부 사진이 떠올랐다. 꿈이 있었기에 선택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며 명쾌하게 대답했다.

유엔본부 근무 시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사진 이상원]

유엔본부 근무 시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사진 이상원]

도전이 성공하려면 

새로운 도전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조언을 부탁했다. “도전은 모든 조건이 갖춰졌을 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장을 던져 놓고 조건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일은 한 방에 되는 것은 없다. 모두 지속력을 요구한다.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습관의 힘이 뒷받침돼야 준다. 선명한 이미지의 꿈이 좋은 습관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소장의 경력을 보면 거의 꿈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영어연구소는 어찌 보면 그에 딸린 보너스라고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최근 졸저 『몸이 전부다』에서 “진정한 성공은 의도했던 목표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게 툭 떨어지듯 주어지는 어떤 부상 같은 것일 수 있다”라고 했다. 이 소장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를 실감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영어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영어학습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에 응원을 보낸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 jycyse@gmail.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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