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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 3월 법원장회의서 “행정처 차장 직위해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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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관 독립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선 법관 개인 의지를 고양하고, 법관이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된 김명수(58) 춘천지법원장은 지난 3월 25일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이하 인권법연구회)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대회에 참석한 유일한 법원장이었다. 이 연구회에서 1·2대 회장을 맡은 김 후보자는 법원의 ‘탈관료화’를 꾸준히 주장해 왔다.

법관 독립 강조해온 진보성향 판사 #사법부 갈등 부른 학술대회에 #전국 법원장 중 유일하게 참석 #전교조 법외노조 조치 막는 결정도 #두 자녀 모두 판사 ‘법조인 가족’

인권법연구회는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 인사제도의 모색-법관 독립 강화의 관점에서’라는 제목의 이 학술대회를 법원행정처가 축소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 뒤 사법행정권을 평판사들이 주도하는 법관회의에 넘기라고 대법원에 요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9일에는 고영한 당시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을 직위해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 6월의 전화통화에서 “법원 조직이 행정처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가 돼 전체 법관이 하나의 단위처럼 움직인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하급심 재판이 자유롭지 못하면 법관이 독립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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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는 2000년대 초반에 우리법연구회 회장도 맡았다.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전두환 정부의 김용철 대법원장 유임 시도에 맞서 355명의 판사가 연판장에 서명했던 2차 사법파동의 주역들이 설립한 비공개 법관 모임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에서 주류로 등장했던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이광범 전 사법정책실장 등 연수원 13기 호남 출신 법관들이 창립 멤버다. 박시환 전 대법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모임 출신이다.

김 후보자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에 일명 ‘오송회 사건’의 피해자와 가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2심에서 위자료로 15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오송회 사건은 5공화국 때 전·현직 교사들이 4·19 기념행사를 연 뒤 시국토론을 하며 김지하 시인의 ‘오적’을 낭송했다는 이유로 이적단체로 몰려 처벌받은 사건이다.

2015년 11월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치 신청’을 받아들여 전교조의 법외노조 전락을 일시적으로 막는 결정을 했다. 전교조가 2013년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이미 대법원이 “처분이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뒤여서 김 후보자의 결정이 논란이 됐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후보자에 대해 “재판연구관 시절 민사이론 파트의 조장을 맡을 정도 민사 판례에 밝다. 특허법원과 행정법원 등을 두루 거쳐 재판 전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술자리에서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원만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지명 발표 때 춘천지법에서 행정 사건과 가사 사건 재판을 진행한 김 후보자는 법정에서 나온 뒤 “재판 중에 소식을 들었다. 청문회를 잘 준비해 국민 수준에, 법원 구성원 수준에 맞는 미래 청사진을 제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지법의 김한철(31) 판사와 대구가정법원의 김정운(34) 판사가 김 후보자의 자녀다.

◆김명수

1959년 부산 출생/부산고, 서울대 법학과/1983년 25회 사법고시 합격(연수원 15기)/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역임/현 춘천지법원장

임장혁·문현경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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