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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사진·영상 갤러리 한옥 서재, 장난감 박물관 분위기 물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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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남자의 방 

수더분한 성격의 남성이 ‘예민남(예민한 남자)’으로 변하는 공간이 있다. 바로 그 남자의 방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워진 이곳이 부주의한 틈을 타 어수선해질까 전전긍긍한다. 물론 가끔은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고, 함께 휴식을 취하고 싶은 편안한 장소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방을 꾸미는 남성들이 공간에서 찾고 싶은 즐거움은 무엇일까. 개성과 철학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완성한 세 남자의 방을 들여다본다.

직접 디자인해 만든 테이블·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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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38·기업인 겸 JTBC ‘비정상회담’ 출연자)

미국 뉴욕 맨해튼과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서 살았던 JTBC ‘비정상회담’의 미국인 출연자 마크 테토가 서울 가회동 한옥에 자신만의 방을 꾸몄다. 옛 기와집을 개조한 도시 한옥으로 작은 정원과 거실, 서재, 주방, 지하 방 등이 있는 공간이다. 그는 한옥으로 이사 온 2015년 8월부터 현재까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공간을 꾸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는 “고층 아파트에서 살 때는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꼈는데, 이곳에 오니 바닥에서 나는 나무 향과 정원에 흐드러진 대나무 이파리 소리가 혼자만의 시간을 더욱 깊이 있고 값지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옥에 어울리는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을 갖고 싶어 직접 테이블과 러그를 디자인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서재에 놓은 테이블은 대들보 나무를 재활용해 제작했고, 거실 테이블과 러그는 전통 8각문 문양을 활용해 만들었다. 소파 옆 작은 테이블은 전통 소반 디자인을 부분 변경해 꾸몄다.

최대 8명까지 앉을 수 있는 다이닝룸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친구 3~4명을 초대해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거나 와인파티를 하면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눈다. 그는 “마루에 앉아 혼자 모닝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좋지만 직접 디자인한 식탁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간과 사람의 연결,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가 소중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공간 곳곳에는 그가 만들거나 구입한 제품 관련 정보가 담긴 책을 놓았다. 그는 인테리어 감각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해 준다. “소파 옆에는 그 소파 관련 책을, 소반 옆에서는 소반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책을 놓아 보세요. 이 책들은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면서도 공간의 가치와 의미를 더해준답니다.”

마크 테토's Choice 비스트럭처(B.Structure) 황민혁 디자이너가 만든 목재가구를 구입할 수 있다. 테이블부터 침대·의자 등 판매. 컨테이너오다시일(Container5_1) 스툴과 목재로 만든 가구를 구입할 수 있다. 주문 제작도 가능. 지승민의 공기 지승민 작가가 만든 한국 전통 도자 형태의 현대식 식기를 구입할 수 있다.

평소 모은 물품 활용해 실내 장식

김완준(44·홍보 전문가)

서울 성북동 한옥 기와가 즐비한 한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하얀 외관의 작은 갤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외관 유리창에는 ‘아트스튜디오42’라고 적혀 있고, 손때 묻은 장난감이 바닥에 놓여 있다. 언뜻 보면 작품 전시장 같지만 이곳은 실제 운영되고 있는 갤러리가 아니다. 홍보 전문가 김완준씨가 어렸을 적부터 취미로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자신만의 방으로 꾸민 공간이다. 건물 2층에는 아내와 딸과 함께 생활하는 거실·부엌·침실 등이 있다. 그는 “결혼 전부터 나만의 공간에 대해 애착이 강했다”며 “평소 좋아하는 물건을 모으고 재구성해 방을 멋지게 꾸미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총각 때는 예쁜 술병을 줄지어 놓고 조명을 설치해 자신만의 바(bar)를 만들었고, 지금은 사랑하는 딸을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공간에는 낯익은 물품들이 색다른 모습으로 놓여 있다. 평범해 보이는 책꽂이는 자세히 보면 도서관 원목 잡지대를 뉘여 놓은 것이고, 예술작품으로 보이는 캔버스는 20대부터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모아둔 비행기 티켓을 붙여놓은 것이다. 그는 “일상 자체가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작품 소재가 된다”며 “평소 수집한 물품을 이곳저곳에 활용하며 콜라주 작업을 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이유를 설명하며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방이 없으면 저는 출퇴근만 반복하는 무생물 같을 거예요. 제 공간이 없을 땐 내가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저만의 공간이 완성되는 순간 자신감이 생기고 정체성도 명확해지더라고요. 누구에게나 그런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완준's Choice 이케아 스웨덴 가구 업체 매장. 조립형 가구부터 인테리어 소품 등 판매. 퍼니매스(Furnimass) 테이블의자침대 등 천연 원목가구를 구입할 수 있는 매장.

새하얀 벽에 창작품 걸어 감상

김희원(36·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계적인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김희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지난해 6월 서울 성수동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지하 1층은 사진과 영상 등을 촬영하는 작업실로, 지상 1층은 하얀 벽에 자신의 작품인 ‘누군가의 창문’ ‘샹들리에 조명’ 등을 곳곳에 놓아 갤러리처럼 꾸몄다.

1층 한쪽에는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는 큼직한 테이블과 여러 의자가 놓여 있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점은 많은 의자 중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디자인부터 색상, 크기까지 제각각이다. 그는 “값이 비싸더라도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의자를 국내 매장 또는 해외여행지에서 하나씩 구입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모양이 다른 의자들은 멋진 인테리어 제품이자 새로운 작품활동에 영감을 주는 교본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평소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LP 음악을 듣는 시간을 자신의 공간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으로 꼽았다. 그는 “르 코르뷔제가 디자인한 카시나의 LC4 셰이즈 롱 체어를 좋아하는데 여기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사색하다 보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자신의 방을 꾸미는 남성을 위한 인테리어 노하우를 귀띔했다. “가구를 보고 단숨에 구입하는 것보다 사고 싶은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이 어떤 의미와 문화를 지녔는지에 대한 오리지널리티를 꼼꼼히 알아보고 구입하면 방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질 거예요.”

김희원's Choice 핀 율(Finn Juhl) 덴마크 가구 디자이너인 핀 율의 제품을 판매한다. 의자, 소파, 모듈형 선반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에이후스(a.hus) 세계적인 디자이너 가구를 구입할 수 있는 매장.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조명, 소품, 가구 등을 전시하고 판매. 덴스크(Dansk) 다양한 덴마크 가구를 판매하는 매장. 북유럽 빈티지 소품과 가구 등을 살 수 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정한·조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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