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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치료 안 받으면 4년 7개월 만에 1→4기로 악화

중앙일보

입력

의료진이 위암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위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위암은 조기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초기 위암이어도 생존 기간이 5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의료진이 위암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위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위암은 조기 치료하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초기 위암이어도 생존 기간이 5년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치료가 없는 상태에서 위암은 초기인 1기부터 다른 장기로 멀리 퍼진 상태인 4기로 악화하기까지 평균 4년 7개월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75세 미만과 75세 이상을 비교했더니 위암 진행 속도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은 고령일수록 암 진행이 더딘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대 이혁준 교수, 위암 환자 101명 분석 #75세 기준 암 진행속도에 차이 없어 #"노인이 암 진행 느리다는 근거는 없어" #1기에 치료 안 받으면 생존기간 5년 안팎 #적절히 치료하면 5년 생존율 95% 육박 #"조기 진단·치료가 최선의 방법"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 연구팀은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서 위암 진행 속도, 사망까지 걸린 시간을 조사한 중간 결과를 지난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위암학회에서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관련 논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 교수팀은 1998~2014년 서울대·보라매병원을 찾은 위암 환자 중 101명을 분석했다. 암을 발견하고도 경제적 문제나 합병증 위험, 대체요법 사용 등을 이유로 5개월 이상 약물·수술 등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은 이들이다. 특히 이 중 72명은 사망할 때까지도 치료를 받지 않았다. 101명의 평균 연령은 67세로 고령에 속했다.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

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이혁준 교수

 연구팀이 이들을 대상으로 위암의 진행 속도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1→2기엔 34개월 ▶2→3기엔 19개월 ▶3→4기엔 2개월이 각각 걸렸다. 위암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1~4기로 병기(病期)를 나눈다. 단계별로 ▶1기는 암 크기가 작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으며 ▶2기는 암 크기가 크고 다른 곳으로 일부 전이 됐을 때 ▶3기는 암이 크고 주변 장기까지 전이될 때 ▶4기는 암이 크고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퍼진 경우를 일컫는다. 암 크기가 작은 초기 단계에서 암이 크고 멀리까지 퍼진 4기로 악화하는 데 4년 7개월(55개월)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혁준 교수는 "아무리 초기 위암이어도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까지 불과 5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위암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기진단· 치료가 최선의 방법"이라 강조했다.

또 병기가 후기일수록 암 세포가 더욱 빠르게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병기 안에서 위암 크기가 2배가 되는 데 걸린 평균 시간은 1기 11.8개월, 2기 9.8 개월, 3기 6.5개월, 4기 6.2개월로 짧아졌다.

 연구팀이 나이·성별에 따른 암 진행 속도도 비교했다. 75세를 기준으로 위암 진행 속도를 비교한 결과 75세 이상과 75세 미만 사이에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세간에 ‘노인은 암 진행속도가 느리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속설인 것으로 확인됐다. 성별도 암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보라매병원에서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은 고령 위암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생존기간을 연구한 결과 최대 5년에 불과했다. [사진 서울대병원]

서울대·보라매병원에서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은 고령 위암 환자 101명을 대상으로 생존기간을 연구한 결과 최대 5년에 불과했다. [사진 서울대병원]

 한편 암 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72명의 생존 기간을 따져보니 1기일 때 평균 63개월, 2기는  25개월, 3기는 13개월, 4기는 10개월 간 생존한 것으로 분석됐다.

 암은 한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인이 기대수명(82세)까지 살 때 3명 중 1명(36.2%)은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암을 경험한 사람도 2015년 기준 146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2.9%나 된다.

 암은 뚜렷한 예방법이 없다. 조기 진단·치료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수술법과 진단 장비가 발전하면서 사실상 암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70.3%(2010~2014년 평균치)까지 올라섰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특히 위암 5년 생존율은 74.4%( 2010~2014년 평균치)다.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 10명 중 7명은 사실상 '완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기(1~2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생존율은 95.9%에 달한다.

수술법이 발전하고 진단 장비가 개선되면서 위암 5년 생존률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 중앙암등록본부]

수술법이 발전하고 진단 장비가 개선되면서 위암 5년 생존률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진 중앙암등록본부]

한국인 잘 걸리는 '위암' 이것이 궁금하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환자는 의학적인 치료 대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병을 키운다. 국내 암 발생률 1위인 갑상샘암의 경우, 과잉 진단 논란이 일면서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일도 종종 빚어진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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