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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에서 ‘북한’으로 강조어 바뀌었다... 문 대통령 100일 말말말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7월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7월1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과제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일자리’에서 ‘북한’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데이터 저널리즘 기관인 서울대 폴랩(pollab)의 한규섭 교수팀이 문재인 정부가 공식 출범한 5월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내용을 정밀 분석한 결과다. 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 연설’ 코너에 게시돼 있는 공식 연설문을 포함해 국무회의와 수석ㆍ보좌관 회의 발언, 정상회담 발표와 각종 행사의 인사말 등 86건을 대상으로 삼았다. 월별로는 5월 18건, 6월 30건, 7월 31건, 8월 7건이었고 글자 수로는 17만 자를 넘었다. 이하 ( ) 안의 숫자는 사용 횟수.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친 뒤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친 뒤 국회대로를 지나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중앙포토]

우선 개별 단어(uni-gram) 분석을 했다. 우리ㆍ국민ㆍ여러분 등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단어 이외 문 대통령이 100일간 가장 많이 사용한 어휘는 단연 ‘일자리’(196)였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1호 업무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고,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행보가 메시지에서도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북한(138)ㆍ평화(120)가 뒤를 이었고, 경제(95)ㆍ추경(75)ㆍ인사(72)ㆍ민주주의(66) 등도 상위권에 올랐다. 청년(53)ㆍ미세먼지(46)ㆍ원전(46) 등도 주요 이슈로 거론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기별 편차가 컸다. 6월 20일까지취임 후40일간 ‘일자리’는 99회 언급됐다. 반면 같은 기간 ‘북한’은 고작 30회 등장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6월 30일)이 개최된 6월 말부터7월 초까지 ‘북한’은 32회 거론되며 사용빈도가 급속히 증가했다. 급기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된 7월 4일부터 2주간 문 대통령은 ‘북한’을 64회나 언급했다. 반면 그 시기 ‘일자리 ’언급은 17회로 뚝 떨어졌다.
일자리에서 안보로의 이슈 전환은 키워드 분석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즉 문 대통령이 자주 언급한, 붙어다니는 두 단어(bi-gram)가 무엇인지 측정해 본 결과, 1위는 ‘한반도평화’(40)였다. ‘한미동맹’(35)ㆍ‘북핵문제’(27)ㆍ‘트럼프대통령’(26)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북한과 관련된 키워드였다. 반면 ‘일자리창출’(24)과 ‘공공부문’(23) 등은 상대적으로 적게 등장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100일을 축약하면 소득주도성장의 이른바 ‘J노믹스’가 북핵 미사일 발사와 함께 안보 정국으로 바뀌었고, 이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 경향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2013년 당시 청와대 세종홀에서 국무회의를 주관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2013년 당시 청와대 세종홀에서 국무회의를 주관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중앙포토]

◇‘박근혜 100일’동안 ‘경제’ 최다 등장=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간의 ‘말’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똑같은 방법으로 2013년 2월25일부터 그해 6월4일까지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언한 내용(글자 수 16여만자)을 토대로 했다.
이 기간 박 전 대통령이 가장 많이 사용한 개별 단어는 ‘경제’로 무려 235회에 달했다. 이어 행복(171)ㆍ북한(135)ㆍ창조(120)ㆍ문화(111) 등이 주로 언급된 단어였다. 키워드로는 국민행복(108)ㆍ창조경제(80)ㆍ경제부흥(44)ㆍ한미동맹(42)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개별 단어만 놓고 보면 박 전 대통령이 행복ㆍ창조 등 추상적 용어를 썼던 데 비해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ㆍ원전 등 조금 더 구체적 사안을 지적했다고 볼 수 있다. 한규섭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행복을 위한 경제부흥’을 주로 언급하는 등 국가 주도의 경제에 방점을 두었다면, 문 대통령은 ‘일자리’와 ‘공공부문’을 자주 언급하며 진보좌파정부의 정책을 폈다. 상반되는 통치철학은 두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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