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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찰 수뇌부 진흙탕 싸움 멈추고 국민 생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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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경찰이 며칠째 수뇌부 간 전례 없는 폭로전 등 내홍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국민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의 이전투구식 폭로전이 이어지더니 경찰청장이 고발당해 검찰 수사 대상이 되고 내부에선 “수뇌부는 동반 퇴진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경찰 내홍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경찰이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자정 능력이 없고, 리더십이 무너진 듯한 양상이라는 점이다. 먼저 수뇌부 갈등의 발단은 강 교장의 폭로였다. 그가 광주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데 대해 이 청장이 삭제 지시를 내렸고, 이후 인사상 불이익에 표적 감찰까지 받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청장은 사실을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치달았다. 또 경찰청 측은 강 교장의 비위 감찰 및 그 결과에 따른 수사가 이뤄지자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인사 갈등과 비위 조사는 어느 조직에나 있는 일이다. 요는 갈등을 내부에서 통제하고 서로 오해 없이 소통하는 시스템을 갖춰 조직의 기강을 흔드는 내홍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12만 명의 초매머드급 조직, 그것도 기강을 생명으로 여기는 경찰에서 이런 내부 통제시스템이 전혀 가동되지 못했다. 오히려 조직 수장인 경찰청장이 진실 공방의 당사자로 전락해 버렸다. 경찰청 수뇌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언론에 대고 공개적으로 치받는 모습은 점입가경이다.

‘민주화 성지’ 글 삭제에 관한 진실은 가려져야 한다. 아울러 이번에 드러난 취약한 리더십을 바로 세우고, 내부적으로 원활한 의사소통 구조를 구축하는 등 다시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경찰은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맡은 최일선 기관이라는 점에서 경찰이 흔들리면 국민이 불안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