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대회] 아껴쓰고 고쳐쓰고…'알뜰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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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여자배구 경기장으로 사용되는 대구일중 체육관. 체육관이 좁아 학교 본관 건물에다 기자실.상황실.심판실.기록실 등 부속실들을 설치했다.

기자실은 이 학교 미술실이다. 내부를 깨끗이 정리정돈하고 흰 종이로 칠판을 가려놓은 이곳은 기자실로 전혀 손색이 없다. 선수 샤워실과 대기실은 컨테이너로 만들었지만 별 불편이 없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시설의 대부분이 이렇다.

조직위는 예산 절약을 위해 최대한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노후한 대구 수영장과 체육관의 경우에만 어차피 시민이 이용할 시설이라는 점에서 돈을 들였을 뿐이다. 그래서 학교 체육관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개학 전까지는 깨끗하게 치워주겠다"며 체육관에 교실까지 덤으로 빌려 쓰고 있다. 오래된 화장실과 비가 새는 지붕 등은 "어차피 고쳐야 할 것이니 학교 돈으로 고쳐 달라"고 학교 측을 설득했다.

국제경기에 걸맞은 시설을 요구하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관계자에게는 "대회에 돌입해 정말 모자라면 간이의자라도 갖다 놓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래도 모자라는 시설은 천막 54동과 컨테이너 1백20개로 대체했다.

월드컵 경기장을 겸해 쓰는 주경기장(2천9백30억원) 건설비를 제외하고 조직위는 65개(경기장 29개.연습장 36개)시설을 마련하는 데 약 3백50억원을 썼을 뿐이다. 이번 대회만을 위해 만든 시설은 테니스장 하나뿐이다. 체육관 하나 만드는 비용으로 국제대회를 깔끔하게 치르고 있는 것이다.

조직위 성낙근 시설2부장은 "이번 대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알뜰 대회'라는 것"이라며 "대회 한번 치르겠다고 많은 돈을 들여 시급하지도 않은 시설을 새로 마련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구=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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