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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민호의 이렇게 살면 어때(10) 계곡에 예쁜 아줌마들 바글바글 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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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용산마을 모퉁이에서 “어디쯤 오고 있나?” 친구들 내려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내 모습 같아 찍었다. [사진 조민호] 

산 아래 용산마을 모퉁이에서 “어디쯤 오고 있나?” 친구들 내려오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는 내 모습 같아 찍었다. [사진 조민호] 

포월침두 작명 전 이름은 '독대' #세상과 인생을 홀로 마주한다는 뜻 #'혼자' 쉽지 않아 친구 그리워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유붕자원방래불역열호).

평생 혼자인 적 없었던 시간이 오롯이 혼자의 시간으로 텅~ 채워지고 있다. 아침마다 들르는 까마귀 부부와 뻐꾸기 부부, 내 차 사이드미러에 똥을 싸지르고 가는 곤줄박이 가족 말고는. “민호 씨, 뭐 하시나요~?” 하며 빼꼼 들르시던 아랫집 목사님까지도 며칠째 감감하다.

포월침두라는 이름을 짓기 전에 먼저 생각해두었던 이름이 독대(獨對)였다. 어릴 적, “야, 도고다이로 한 판 붙자~” 할 때의 독대다.
세상과 독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에 아무도 찾는 이 없어 세상과 인생과 독대할 수밖에 없는 절호의 명당에 자리 잡았으니, “자, 인생아. 맞짱 한 번 뜨자!” 뭐, 그런 뜻이었다.

생각은 사방팔방으로 도망갔다. 사방이 산이고, 팔방이 조용한데 생각이라는 놈은 천방지축 집중 않는 초등학교 교실 같다. 도무지 내 말을 들을 생각을 않는다. 천지 사방 고요한데, 내 머릿속만 어지럽고 시끄러워 인생과 맞짱 뜰 수준까지는 한참 멀었다.

아침마다 내 차 사이드미러를 똥간으로 여기는 곤줄박이. 산중에 들어 온 낯선 기계에 "에라이, 똥이나 먹어라" 하는 건지. 프리랜서 김성태

아침마다 내 차 사이드미러를 똥간으로 여기는 곤줄박이. 산중에 들어 온 낯선 기계에 "에라이, 똥이나 먹어라" 하는 건지. 프리랜서 김성태

이럴 때는 약이 없다. 밭에 나가 풀을 뜯고 바싹 마른 뿌리가 축축해질 때까지 물을 주고 마시다 남은 막걸리를 모아 대추나무에 뿌려주고 빨랫줄을 걸어 이불 등속을 널어 말리고 나면 온몸에 땀이 흘러 생각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머릿속은 뽀송뽀송 말라 기분이 좋아진다.

역시 ‘혼자’라는 놈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어서 나는 먼 곳의 친구를 기다린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책으로 알았던 그 느낌, 그 기쁨을 몸으로 깨우친다. 그도 외로웠으리라, 독대의 자리에서 친구의 방문이 기뻤으리라, 필요했으리라. 나처럼~

“야, 언제 내려올 거야 들? 밭에 토마토 엄청 맛있단 말야. 고견사 계곡에 대구에서 물놀이 온 예쁜 아줌마들 바글바글 해. 진짜야~~ ”

찾아 오지 않으면 목줄을 매서라도 끌고 와야지. 제 발로 안 오면 미끼라도 대롱대롱 엮어 눈 앞에 살랑살랑 흔들어야지~

어지러운 내 마음처럼 여린 바람에도 휘청대고 있는 마당의 가죽나무. [사진 조민호]

어지러운 내 마음처럼 여린 바람에도 휘청대고 있는 마당의 가죽나무. [사진 조민호]

덥석 물어라, 나의 벗들이여!

조민호 포월침두 주인 minozo@naver.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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