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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도루하는 소리’현실로 2136일 만에 10호 도루 기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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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도루하는 소리’라는 말이 있다. 야구계에서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을 빗댄 말이다. 하지만 말이 씨가 되고 실화가 됐다.

화끈한 방망이와 달리 이대호(35)는 느린 발 탓에 쉽게 도루를 시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타격 7관왕은 가능해도 도루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때문에 이대호는 종종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성 타구를 날리고도 안타로 끝날 때가 비일비재하다.

롯데 이대호가 9일 사직 kt전에서 1회 3루 도루에 성공했다. kt 3루수는 심우준. [사진 롯데 자이언츠]

롯데 이대호가 9일 사직 kt전에서 1회 3루 도루에 성공했다. kt 3루수는 심우준. [사진 롯데 자이언츠]

지난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가 6년 만에 도루에 성공했다. 롯데 4번 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kt를 맞아 1회 말 1사 3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쳐내고 출루했다. 이어 다음 타자 김문호의 볼넷으로 2루까지 갔다. 이후 강민호가 타석에 오르자 이대호는 3루로 내달렸다. 갑작스러운 이대호의 도루에 당황한 포수 장성호가 3루로 공을 던졌지만, 이대호의 발이 빨랐다. 예상치 못했던 도루에 KT 배터리와 벤치가 당한 셈이다. 이대호는 올 시즌 1호 도루를 만들어 냈다.

지난 2011년 10월 4일 사직 한화전 이후 2136일 만에 도루에 성공한 이대호는 KBO리그 개인통산 10호 도루를 기록했다.

과거 이대호는 한 예능프로에 출연해 “도루를 안 하려고 한 게 아니고, 감독 사인이 안 나서안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나한테 도루를 준 포수들은 빨리 은퇴하더라”며 “홍성흔 형이 나 때문에 지명타자로 바꿨다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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