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지지도 곤두박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2001년의 9.11 테러 사태 이후 치솟기만 했던 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기가 이라크전 이후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섰다.

뉴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이번달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미국민 1천11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49%)는 응답이 '재선돼야 한다'(44%)를 넘어섰다. 처음으로 부시 재선을 바라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많아진 것이다. 지난 4월 재선 지지가 52%, 재선 반대가 38%였다.

부시 대통령 측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여론의 추이다. 치솟던 지지도가 꾸준히, 일방적으로 하락하면서 전혀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더 악성이다.

미 국민의 61%는 여전히 이라크전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33%만 잘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의 승리로 테러의 위협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45%로 뚝 떨어진다. "이라크전 때문에 오히려 테러 위협이 늘어났다"는 대답이 38%나 된다. 이라크의 전후 복구 사업이 계속 난항에 부닥치게 되면 이라크전을 잘했다고 응답하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문제와 관련한 조사 결과는 더 나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시 대통령은 경제.세금.건강보험.교육.사회복지.환경 등 미국 선거에서 주요한 쟁점이 되는 6개 항목 전부에서 민주당을 압도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모든 항목에서 민주당의 주장이 부시 대통령의 정책보다 낫다고 답변했다. 45%가 민주당 지도자들의 경제회생책이 더 낫다고 답했고 36%만이 부시 정책을 지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엔 부시 지지가 55%였고, 민주당 지지는 29%였다.

부시 대통령이 강조하는 세금감면에 대해서도 지난해에는 57%가 지지하더니 이번 조사에선 45%로 내려앉았다. 민주당이 건강보험 문제를 더 잘 다룬다는 응답이 47%로 부시의 손을 들어준 31%를 압도했고, 교육문제에선 부시 대통령 지지가 55%에서 39%로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서일까.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한달간의 휴가를 즐기던 부시는 22일에는 오리건주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소방관들을 만나고, 23일에는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상공인들과 만나 "이 지역 실업률이 미국 내 최고다. 개선이 시급하다"고 하는 등 선거운동(?)에 열심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