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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제주 폭포수·용천수에 몸담그니 "폭염아 물럿거라"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7m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7m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다. 최충일 기자

“추워요. 그냥 시원한 게 아니라 뼈속까지 시려요.” 최근 제주도는 물론 전국이 지속적인 폭염으로 찜통더위에 빠진 듯하다.

제주 서귀포 소정방폭포 7m 높이서 떨어지는 물 맞이 이색 #무더위·신경통 날리기 위해 폭포수 맞으면 시원함 넘어 추워 #폭포 원류는 한라산에 흡수된 빗물이 땅위로 올라온 용천수 #용천수 연중 17~18도 유지해 30도 넘는 여름철에는 얼음물 #오래물·솜반천·정모시쉼터·안덕계곡·월대천 등도 가볼만한 곳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이 폭포수에 몸을 담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이 폭포수에 몸을 담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신현승(53·서귀포시 성산읍)씨의 얼굴은 추위로 인해 새파래졌다. 제주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던 지난 7일, 7m 높이에서 떨어지는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 폭포수에 몸이 흠뻑 젖어서다.

그는 여름철 신경통과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 매년 여름 두세번 이곳을 찾는다. 여름철 제주에서 맞던 폭포수가 생각나 타 지역에서 제주를 찾은이도 있다.

15년간 제주에 살다가 서울로 이주한 정진선(60)씨는 “올해는 더워도 너무 덥다. 제주에 살 때 매년 여름 이 폭포수 물을 맞으면 여름 내내 시원했던 기억에 다시 찾았는데 역시 최고의 피서지”라고 극찬했다.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7m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7m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곳은 또 폭포수가 해안가로 바로 떨어지는 풍광에 중화권 관광객들에게도 입소문이 널리 났다. 대만 관광객 자오두옌(趙渡彦·36)은 “SNS를 통해 소정방폭포를 알게됐다”며 “물이 바다쪽으로 바로 떨어져 풍광이 정말 이색적이고 인근 해변에서 가볍게 물놀이를 한 뒤 몸을 씻기도 좋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는 해안가로 물이 바로 떨어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충일 기자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는 해안가로 물이 바로 떨어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최충일 기자

폭포수가 이렇게 차가운 이유는 단순히 지표에서 흘러온 물이 아니라 지표의 기온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원류가 땅속에서 솟아난 지하수인 ‘용천수’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고인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연중 18도 내외를 유지한 채 땅위로 솟구쳐 나온다.

30도가 넘는 여름철 땅에서 솟은 18도의 물은 상대적으로 얼음장처럼 차갑다. 이런 온도의 물속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도 1~2분을 버티기 힘들다.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7m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들이 7m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다. 최충일 기자

물이 차가운 곳은 소정방 폭포뿐이 아니다. 제주도 전역, 이른바 사람들이 사는 취락지역에는 모두 용천수가 있다.

그중 규모가 큰 물줄기는 최근 무더위를 이겨낼 이색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용천수가 나와 물이 흐르는 작은 내천도 훌륭한 피서지다.

지난 7일 서귀포시 서홍동 솜반천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솜반천은 용천수가 시원하고 수심이 앝아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좋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서홍동 솜반천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솜반천은 용천수가 시원하고 수심이 앝아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좋다. 최충일 기자

서귀포시 서홍동에 위치한 솜반천은 맑고 시원한 용천수가 흐르는 도심 속 생태하천이자 다양한 수생 식·생물이 서식하는 천지연폭포의 원류이다. 자연생태 하천으로 복원된 솜반천은 물 밑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깨끗하다.

서귀포시 서귀동의 정모시쉼터는 관광객들에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평일에는 50여 명, 주말에도 150명정도만 찾는 피서지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피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수심이 어른 허벅지정도여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지난 7일 서귀포시 서귀동 정모시쉼터를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정모시쉼터는 용천수가 시원하고 수심이 앝아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좋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서귀동 정모시쉼터를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정모시쉼터는 용천수가 시원하고 수심이 앝아 아이들이 물놀이 하기 좋다. 최충일 기자

정모시쉼터에서 만난 제주 이주민 김진호(48·제주시 한림읍)씨는 “아이들과 올해 벌써 네번째 이곳을 찾았다.제주에 1년간 살다보니 관광객들은 모르는 나만의 피서지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논짓물은 차가운 민물인 용천수와 바다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피서지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논짓물은 차가운 민물인 용천수와 바다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피서지다. 최충일 기자

땅에서 솟은 민물인 용천수와 바닷물이 모여 특색 있는 곳도 있다.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은 넓은 용천수탕과 바다가 이어져 담수와 해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다. 매년 여름 이곳에서 축제도 열려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한다. 올해도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축제가 열려 1200여 명이 용천수에 몸을 담궜다.

지난 7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논짓물은 차가운 민물인 용천수와 바다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피서지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논짓물은 차가운 민물인 용천수와 바다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피서지다. 최충일 기자

제주시 권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계절 물이 흐르는 월대천이 유명하다. 담수와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염분 농도가 약하고, 도심 인근에 있어 제주 지역주민들에게 ‘내 집앞 휴양지’나 다름없다.

해수욕장과 포구에서도 용천수가 나온다. 애월읍 곽지리의 곽지해수욕장의 ‘과물’과 삼양포구에 있는 ‘셋다리물’이 가볼만한 곳이다. 또 안덕계곡 돈내코 계곡 등도 여름철 용천수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 7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논짓물은 차가운 민물인 용천수와 바다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피서지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을 찾은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논짓물은 차가운 민물인 용천수와 바다의 풍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색 피서지다. 최충일 기자

그러나 개발 붐으로 인해 이미 없어지거나 고갈된 용천수가 늘어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다.

최근에는 제주시 도두동의 유명한 용천인 오래물도 수량이 줄어 대형욕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곳은 매년 오래물 축제가 열리고 있고, 제주공항과 10분 거리에 위치해 관광객에게도 꽤 알려진 곳이다.

제주도수자원본부가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용천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 용천수는 총 1023개가 있었으나 절반에 가까운 443곳(43%)이 멸실되거나 고갈 등의 이유로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이 폭포수에 몸을 담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7일 서귀포시 토평동 소정방폭포를 찾은 피서객이 폭포수에 몸을 담구고 있다. 최충일 기자

용천수가 남아있는 곳은 580곳(57%)으로 파악됐는데, 이중에서도 양호한 것으로 판정된 용천수는 38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용천수의 경우 수량측정 불가 15곳, 수량부족 43곳으로 위태한 실정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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