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 매향리 미군 사격장이 꿈의 구장으로

중앙일보

입력 2017.08.0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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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 3일 오후 리틀야구 국가대표팀의 연습경기가 열린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의 화성드림파크 안 리틀야구장. 그라운드는 치고 달리는 선수들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객석에 앉은 부모들은 이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수첩 등에 타율 등을 기록하며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6월 개장 ‘화성드림파크’ 가 보니
54년간 미군 폭격 훈련장 사용 터
아시아 최대 유소년 야구장 들어서

이용객 늘며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미군부대 이전 후 개발 모범사례로

국가대표팀 소속 나우현(13) 선수의 아버지 나건희(45)씨는 “화성드림파크는 바닥이 야구 전용 인조잔디라 부상 위험도 적고 더그아웃 근처에 화장실이 있는 등 선수 편의도 배려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54년간 주한 미 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사진 아래). 지금은 아시아 최대 유소년 전용 야구장이 들어섰다. [사진 화성시]

54년간 주한 미 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사진 아래). 지금은 아시아 최대 유소년 전용 야구장이 들어섰다. [사진 화성시]

화성드림파크는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24만2000여㎡ 상당의 부지에 리틀야구장 4면, 주니어야구장 3면, 여성야구장 1면 등 모두 8개 면의 야구장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전용 야구장이다. 사업비만 767억원이 투입됐다.

이 야구장이 들어선 ‘매향리’는 한때 반미투쟁의 상징으로 불렸던 곳. 매향리 농섬 주변 갯벌이 1955년 2월 주한미군에 공여되면서 54년간을 주한 미 공군 사격장(일명 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됐다.

이후 주민들은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사격 소음으로 난청에 시달렸다. 가축들은 이유 없이 유산하거나 죽어 나갔다. 2000년 5월엔 미군이 쏜 포탄이 민가로 떨어져 주민들이 다지고 170여 채의 집 유리창이 부서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사격장을 폐쇄해 달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국방부와 미군은 2005년 8월 사격장 폐쇄에 합의했다. 하지만 누적된 포탄 화약 때문에 매향리는 이미 농사도, 고기잡이도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 된 상태였다.

54년간 주한 미 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지금은 아시아 최대 유소년 전용 야구장(사진 위)이 들어섰다. [사진 화성시]

54년간 주한 미 공군 사격장으로 사용된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지금은 아시아 최대 유소년 전용 야구장(사진 위)이 들어섰다. [사진 화성시]

고향을 등지는 사람이 늘자 고심하던 화성시는 평화생태공원 조성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2020년 12월까지 매향리의 역사·문화·평화 정신을 조명할 수 있는 기념관과 산책로·습지원·매화숲 등을 갖춘 33만3000여㎡의 거대 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공원 옆에는 유소년과 아마추어 야구 발전을 위한 야구장을 짓기로 했다. 1년 2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탄생한 것이 화성드림파크다. 화성시는 이후 리틀야구단과 여자야구단도 잇따라 창단했다.

야구장은 철저하게 선수 중심으로 꾸며졌다. 바닥에 톱밥을 두둑하게 깔고 야구장용 인조잔디를 깔아 부상 위험을 줄였다.

평택 비전초등학교 야구부 소속 이승현(12·6학년)군은 “경기장이 4곳이나 있어서 한번에 시합을 할 수 있는 데다 불펜 피칭장도 좋고 관중석도 깨끗하다”고 말했다.

사용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예약된 대회만 16개다. 화성시 관계자는 “사회인 야구단 등 아마추어 야구팀 등에서도 연락을 한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야구 경기가 열릴 때면 인근 편의점과 식당·숙박업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화성드림파크 안에 있는 로컬푸드 전문점 ‘농가 레스토랑’은 대회 당일 점심 시간이면 500~600명이 찾는다. 화성시는 연간 5만여명이 야구 경기를 위해 이 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매향리 발전협동조합의 김성룡 운영본부장은 “화성시에 건의해 내년부터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매향리의 변신 사례는 전국 각지의 미군 부대 이전 이후 개발의 모델 케이스로도 주목받고 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화성드림파크를 지역 관광 및 체험 행사와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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