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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황우석 사태' 핵심인물, 文정부 과학 '컨트롤타워'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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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선임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7일 선임된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전날인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박기영 순천대 생물학과 교수를 선임하자 그의 과거 행적이 논란을 낳고 있다. 박 본부장은 지난 2005년 과학윤리 논란과 논문조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사태'에서 핵심역할을 한 인물이다.

박 본부장은 1958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식물학 석사, 식물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했고,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의 과학기술정책연구위원장을 맡았다. 지금은 순천대학교에서 생물학과 교수로 있다.

황우석 사태 당시 박 본부장은 황 교수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점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2004년 5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지가 공식적으로 문제 삼았다. 박 본부장의 전공인 식물분자생리학과 황 교수의 당시 배아복제 관련 연구가 무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박 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공저자로 이름이 들어간 것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05년 5월 25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자관ㆍ왼쪽)과 황우석 전 대학교수. [연합뉴스]

지난 2005년 5월 25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자관ㆍ왼쪽)과 황우석 전 대학교수. [연합뉴스]

당시 황 교수의 '성과'에 박 본부장은 황 교수와 '투톱'으로 꼽혔다. 박 본부장의 주된 역할은 황 교수 측에 예산을 대는 일이었다. 논문조작 사태가 터지기 6개월여 전인 2005년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황 교수 연구팀에 일단 올해 연구비를 10억원 증액하고, 점차 예산을 늘릴 생각"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황 교수의 특허와 지적재산권 지원책 마련도 맡아 했던 인물이다. 특히, 황 교수의 연구에서 여성의 난자 제공과 관련한 과학윤리 논란에 대해 앞장서서 방어논리를 펼쳤던 인물이기도 하다.

같은 해 11월 본격적으로 황 교수 연구에 과학윤리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네이처지는 당시 사설을 통해 황 교수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박기영은 황우석 논문의 공동 저자 가운데 한 명"이라면서 "그가 맡았던 진짜 역할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황 교수의 비윤적인 난자 확보 과정이 드러나자 그 이전까지 자신의 역할을 '생명윤리 자문 역'이라고 밝혀온 박 본부장은 "난 비윤리적 난자 확보와 무관하다"며 상반된 입장을 내기도 했다.

또, 자신의 전공과 관계 없는 과제 2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황 교수로부터 연구비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배아줄기세포 오염을 2005년 1월 황 교수로부터 보고받았으나,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그해 12월 시인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해가 바뀐 2006년 1월 사의를 표명한다. 그러나 처벌이나 징계는 받지 않았다. 공개 사과도 없이 한달여 후인 2월 순천대에 복직했다.

한편, 박 본부장이 임명된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설 차관급 조직이다. 국가의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조정 권한을 행사한다.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정책 집행의 '컨트롤타워'다.

청와대는 박 본부장을 선임하며 그에 대해 "식물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과학자로서 탄탄한 이론적 기반과 다양한 실무경험을 겸비하여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및 과학기술분야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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