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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버스 준공영제는 세금 먹는 하마? 6개 대도시 버스적자에 13년간 5조7806억원 지원

중앙일보

입력

부산 시내버스. 송봉근 기자 (2017.4.4.송봉근)

부산 시내버스. 송봉근 기자 (2017.4.4.송봉근)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이어 2007년 부산이 가세했고 대전·대구·광주·인천에도 도입돼 현재 전국 6대 도시에서 시행중이다.
버스 준공영제란 지방자치단체가 버스 업체들의 적정 수입을 보장(실제로 손실보전)해주는 대신에 노선 변경이나 증차를 할 때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7일 본지가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전국 6대 도시가 2004년 이후 13년간 버스업체들의 손실 보전을 위해 투입한 국민세금(재정 지원금)이 5조7806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천문학적인 규모다.
제도 도입이 가장 오래됐고 65개 업체가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서울의 경우 가장 많은 2조8359억원을 버스업체들에 지원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부산이 2007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959억원의 재정 지원금이 투입해 지방 5개 대도시 가운데 가장 많았다. 서울을 제외한 부산 등 5대 도시가 2007년 이후 투입한 금액은 2조9447억원이었다.

서울 13년간 2조8359억원, 부산 등 5개 도시는 10년간 2조9447억원 세급 투입 #교통 약자 혜택 늘었지만 매년 투입되는 재정 지원금이 늘어나는 문제는 해결해야 #대중교통 이용객 늘수록 재정 지원금 부담 줄어 대중교통 활성화가 유일한 대안

부산시는 2007년 5월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돼 올해로 10년이 됐다. 교통 취약지역이 줄어들고, 요금 인상을 최소화해 서민 부담을 줄였지만 매년 재정 지원금이 늘어나는데도 버스 이용객은 줄고 있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부산 시내버스 업체는 33개로 버스 운전자 5422명이 2517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업체들이 수익성 부족으로 기피했던 정책 노선이 2007년 14개에서 2017년 39개 노선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버스 요금(카드 성인 기준)은 950원에서 1200원으로 26.3% 인상되는 데 그쳤다. 준공영제가 도입되기 전인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37.5%(400원~950원)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1/4 수준으로 줄었다.

재정 지원금은 매년 증가하는데 버스 이용객은 줄어들자 부산시가 고민에 빠졌다. 2007년 313억원이던 재정지원금은 2016년 1270억원으로 4배 이상 는 상태다. 지난 10년간 총 9590억원이 버스 회사에 지원됐다. 올해에는 130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하루 버스 이용객은 2013년 146만명에서 2016년 132만명으로 10%가량 줄었다.

재정 지원금의 90%는 인건비와 연료비로 충당된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박두영 팀장은 “경유 버스를 천연가스(CNG) 버스로 교체해 연료비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최근 버스 운전기사들의 휴게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인건비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도록 교통 편의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2009년 8월에 도입했다. 강화도와 남동구 외곽 등 일부 지역에 버스노선이 없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해서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이들 지역에도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32개 업체 1861대의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운전기사는 4548명이다. 준공영제 도입 이후 2016년까지 총 4023억원의 재정 지원금이 투입돼 시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올해에는 650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시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버스의 신규 증차를 불허하고 있다. 대신 이미 개통한 도시철도 2호선과 2030년을 목표로 한 외곽순환전철 개통 등 철도교통망을 확충하기로 했다. 또 공영차고지를 확대하고 증차 필요시에는 한정면허나 마을버스를 투입하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대학생들이 영남대 앞 버스정류장에 정차된 시내버스에 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기자

대학생들이 영남대 앞 버스정류장에 정차된 시내버스에 오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기자

대구는 2006년 2월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대구시 내에서 26개 버스회사가 1394대의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준공영제로 버스회사 노조의 상습적 파업과 적자 노선 기피 문제는 해소했다. 하지만 업체들이 경영개선을 등한시해 시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구시는 2006년 410억원을 투입했는데 2015년에는 두 배가 넘는 1000억원이 준공영제에 쓰였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총 8284억원이 투입됐다.
재정적인 부분 외에 시내버스 채용비리 문제도 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버스기사 취업 알선을 미끼로 4명에게 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버스회사 전직 노조 간부 불구속 입건됐다. 또 지난 5월 15일 경찰은 채용 브로커에게 900만원을 건넨 운전기사와 회사 직원, 노조 간부등 4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은 채용 비리를 없애기 위해 다음 달부터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공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시는 2005년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승용차 보유 증가와 시내버스 이용객 감소, 연료비·인건비 증가로 시내버스 회사의 경영악화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2년간 교통카드·무료환승제도 도입 등으로 여건은 개선됐지만 부족한 노선과 배차간격 불편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한 2007년 대전시는 대대적인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함께 책임경영제, 표준 연비제 실시, 성과이윤 확대 등 버스 회사의 경영개선에 손을 댔다. 대전은 1998년 시내버스 면허 대수를 967대로 정한 뒤 2002년부터는 2대를 줄인 965대를 유지햇다. 올해 시내버스 51대를 추가로 도입하면서 현재는 1016대가 운행 중이다. 노선은 92개에서 3개 늘린 95개로 확대했다.

대전시는 시내버스 추가 도입으로 배차간격(평균 15.2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전의 시내버스 1일 이용객은 2014년 44만3038명에서 2015년 42만5272명, 2016년 41만3989명으로 매년 1만명 이상 줄어들고 있다. 대전시가 시내버스 회사에 지원한 예산은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총 3893억원이다. 올해는 428억원(잠정치)이다.

대전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김성태 기자 

대전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김성태 기자 

광주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11년째를 맞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2007년 처음 지급된 재정지원금의 누적액은 3657억원에 달한다. 2007년 196억원이었던 지원금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러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은 줄지 않고 있다. 2012년 439건이었던 시내버스 이용 불편 신고는 2014년 106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822건이었다. 유형별로는 버스 정류장 무정차 통과가 34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승하차 거부 207건, 불친절 169건 등 순이었다. 지난해 시내버스 사고도 1021건에 달했다. 하루 2.79건의 사고가 난 셈이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박두영 팀장은 “버스 준공영제는 승객이 늘어날수록 재정 지원금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결국 시민들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해야 시민과 버스회사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인천·대전·광주·대구=이은지·임명수·신진호·김호·백경서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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