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굿모닝 내셔널]전쟁터 같았던 화성 미 공군 폭격훈련장이 평화로운 유소년 야구경기장 변신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위치한 화성드림파크 안에 있는 리틀야구장. "딱"하는 소리와 함께 배트에 맞은 야구공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마이 볼"을 외친 외야수가 잡은 공을 힘껏 1루수에게 던졌다. 하지만 타자는 이미 베이스를 지난 상태였다.
오는17일부터 27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에서 열리는 월드시리즈 출전을 앞두고 마련된 리틀야구 국가대표팀과 서울 덕수중학교의 연습경기는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지난 6월 문을 연 유소년 야구장 화성드림파크 입구. 최모란 기자

지난 6월 문을 연 유소년 야구장 화성드림파크 입구. 최모란 기자

객석에 앉은 30~40여명의 학부모 등은 경기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수첩 등에 타율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며 시종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국가대표팀 소속 나우현(13) 선수의 아버지 나건희(45)씨는 "다른 리틀야구 경기장은 지은 지 오래된 데다 공간도 협소해 선수들의 불만이 컸는데 화성드림파크는 야구 전용 인조잔디를 심어 아이들 부상 위험도 적고 더그아웃 근처에 화장실이 있다. 선수를 배려하는 시설 구조라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에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 #24만2000여 ㎡로 리틀야구장 4면 등 8면의 야구장 갖춰 #아시아 최대 규모 유소년 야구장으로 우뚝 부상 #야구장 전용 인조잔디를 까는 등 선수들 안전에 만전기해 #올해 11월까지만 16개 대회 유치…이용 문의 전화도 쏟아져 #매향리는 54년간 운영된 미군 사격장으로 소음 등 시달렸던 곳 #야구장 생기면서 손님이 찾는 등 지역 경제도 되살아나

화성드림파크는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24만2000여 ㎡ 상당의 부지에 리틀야구장 4면, 주니어야구장 3면, 여성야구장 1면 등 모두 8개 면의 야구장을 갖춘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소년 전용 야구장이다. 사업비만 767억원이 투입됐다.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 전경 [사진 화성시]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 전경 [사진 화성시]

이 야구장이 들어선 '매향리'는 한때 반미투쟁의 상징으로 불렸던 곳이다. 매향리 농섬 주변 갯벌이 1955년 2월 주한미군에 공여되면서 54년간을 주한 미 공군 사격장(일명 쿠니사격장)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동안 귀청이 떨어질 정도의 사격 소음으로 난청에 시달렸다. 가축들은 이유 없이 유산하거나 죽어 나갔다. 2000년 5월엔 미군이 쏜 포탄이 민가로 떨어져 주민들이 다지고 170여 채의 집 유리창이 부서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사격장을 폐쇄해 달라'며 10만인 서명 운동을 펼치고 주한미군사령부 앞에서 항의집회도 수없이 열었다. 결국 국방부와 미국은 2005년 8월 사격장 폐쇄에 합의했다.
그러나 누적된 포탄 화약 때문에 매향리는 이미 농사도, 고기잡이도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 된 상태였다.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까지 늘자 고심하던 화성시가 꺼낸 카드가 평화생태공원 조성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에서 경기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 화성시]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에서 경기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사진 화성시]

2020년 12월까지 매향리의 역사·문화·평화 정신을 조명할 수 있는 기념관과 산책로·습지원·매화숲 등을 갖춘 33만3000여㎡의 거대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화성시는 2014년 말 국방부로부터 농섬과 육상사격장 부지(97만여㎡) 중 57만6000여㎡를 사들였다.
평화생태공원의 중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화성드림파크. 화성시는 1년 2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화성드림파크'를 개장했다. 야구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리틀야구단과 여자야구단도 잇따라 창단했다.

야구장은 철저하게 선수 중심으로 꾸며졌다. 바닥에 톱밥을 두둑하게 깔고 야구장용 인조잔디를 깔아 부상 위험을 줄였다.
경기장을 이용하는 선수들의 특성에 맞춰 리틀야구 경기장의 좌우 펜스 거리는 각 70m, 홈에서 센터까지는 75m로 맞췄다. 주니어 구장은 95m로, 여성야구장은 좌우 거리를 95m, 홈에서 센터까진 115m로 경기장을 꾸몄다.
평택 비전초등학교 야구부 소속 이승현(12·6학년)군은 "경기장이 4곳이나 있어서 한번에 시합을 할 수 있는데다 시설도 깨끗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에서 경기를 하는 학생들[사진 화성시]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에서 경기를 하는 학생들[사진 화성시]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9~19일까지 화성드림파크 개장을 기념해 열린 '2017 화성드림컵 리틀야구대회'를 비롯, 오는 11월까지 16개 대회가 열린다. 화성시가 2015년 한국야구위원회(KBO),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협약을 체결하면서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도 4년간 이곳에서 열린다.
화성시 관계자는 "사회인 야구단 등에서도 경기장을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 경기가 열릴 때면 인근 편의점과 식당·숙박업소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화성드림파크 안에 있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인 '농가 레스토랑'의 경우 점심 시간이면 500~600명이 찾을 정도라고 한다. 화성시는 연간 5만여명이 야구 경기를 위해 이 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 안에 있는 로컬푸드 음식점 '농가 레스토랑'[사진 화성시]

지난 6월 문을 연 화성드림파크 안에 있는 로컬푸드 음식점 '농가 레스토랑'[사진 화성시]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매향리 발전협동조합의 김성룡 운영본부장은 "대회가 열릴때는 야구장을 찾는 사람 수가 2000~3000명이 넘어 '다른 식당을 이용하라'고 권해야 할 정도"라며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만 사용하기때문에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매향리 발전협동조합은 화성시에 건의해 내년부터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화성드림파크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곳이자 화성의 미래 성장 원동력"이라며 "화성시 관광 및 체험 행사와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최모란 기자 moran@joongng.co.kr

관련기사

굿모닝 내셔널 더 보기

굿모닝 내셔널

굿모닝 내셔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