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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 노우 K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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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2012년 8월 이맘때 영국에서 런던 올림픽을 취재하고 있었다. 대회가 한창이던 어느 날 한 후배가 메신저를 통해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보내줬다. 이런 메시지가 있었다. “선배, 이거 한국에서 난리 났다는대요.”

링크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였다. 싸이의 신곡이며, 외국의 한 저명 프로듀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공유하면서 세계적 ‘대박’ 조짐을 보였다. 올림픽이 끝나고 귀국해 보니 싸이는 이미 ‘한류 스타’를 넘어 ‘월드 스타’였다. 그 가을 대한민국에선 모두가 말춤을 췄다. 솔직히 내심으로는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오르길 바랐다.

어느 날부터인가 ‘한류’라는 말이 지겨워졌다. 한류(Korean Wave)의 이니셜인 영어 접두사 ‘K’도 지겹다. ‘한류’도 ‘K’도 과잉이다. 초창기만 해도 K가 붙은 건 K팝(한국 가요) 정도였다. 언제부터인가 웬만하면 다 K다. K뷰티·K메디·K컬처·K패션·K푸드·K투어…. 그래서일까. 한국 프로축구 K리그마저 한류에 숟가락을 얹겠다고 나섰다. 결과부터 얘기하면 밥 한술도 못 뜨고 밥그릇만 엎었다.

지난달 29일 K리그 올스타팀과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맞붙었다. 올스타 선수들이 그곳까지 날아간 건 프로축구연맹이 “한·베트남 수교 25주년을 축하하고 K리그를 동남아시아 시장에 널리 알리자”고 해서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래전부터 ‘축구 한류’를 꿈꾸며 해외 진출을 모색해왔다. 그런데 그곳 축구 팬 눈높이는 오래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빅리그에 맞춰져 있다.

K리그 선수들이 최고 컨디션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빅리그 선수들 플레이 수준을 기대했을 베트남 축구팬들 기대에 부응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한국 올스타팀은 베트남 U23팀에 0-1로 졌다. 소속팀이 다른 선수들이라 손발이 안 맞았고, 타이틀이 걸린 경기가 아니라 선수들이 ‘슬슬’ 뛰었다 등 핑계는 많았다. 예정했던 팬 사인회도 취소했다. 입장을 바꿔보자. 유럽 빅리그 올스타팀이 방한했다. 그들이 한국 U23팀을 상대로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였고, 예정했던 팬 사인회도 취소했다. 여론이 어땠을까.

‘강남스타일’의 메가히트 이후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에게 많이 한다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두 유 노 강남스타일(Do you know Gangnam style)?”과 “두 유 노 싸이(Do you know PSY)?”다. 이처럼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면 “두 유 노 K리그(Do you know K-league)?”라고 물어보는 날이 꼭 오길 바란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확실한 한 가지는 적어도 이번처럼 하면 안 된다.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