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데라, 북한 겨냥 “자위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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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신임 방위상이 4일 일본 도쿄 방위성 청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오노데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2년간 방위상을 지낸 오노데라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물이다. [AFP=연합뉴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신임 방위상이 4일 일본 도쿄 방위성 청사에서 취임식을 하고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오노데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2년간 방위상을 지낸 오노데라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인물이다. [AFP=연합뉴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신임 방위상이 4일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반도, 미사일 발사 빈도 높아져” #임명 전부터 줄곧 “전향 검토” 주장 #아베, 이미 방위지침 재검토 지시 #일 전수방위 원칙 위배 논란 예상

오노데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 “그런 능력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자위대는 적 기지 공격을 목적으로 한 장비체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보유할 계획도 없다”며 “미·일 동맹 전체의 억지력을 강화해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보유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노데라는 이어 “(지난 3월) 제언에서 제시했던 관점에 따라 탄도미사일 대처 능력의 종합적 향상을 위해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노데라가 적이 누구인지 명확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탄도미사일 등의 발언으로 미뤄 북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오노데라는 이날 한반도 정세에 대해 “탄도미사일 발사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국제사회에 대한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라며 “한·미·일이 연대해 일본의 안전 확보를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노데라는 지난 3월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가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요청하기 위해 정부에 제출한 제언서 작성을 좌장으로서 주도한 인물이다. 오노데라는 지난 5월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사일 방위가 한층 어려워졌다. 쏘기 전에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미사일 방위”라며 일본이 공격당하기에 앞서 적 기지를 파괴하는 공격 능력의 보유를 서둘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위대의 공격 능력 보유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고수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일본이 공격받은 경우에만 방어 차원의 반격) 원칙에 위배되며 전쟁 포기를 명시한 평화헌법(헌법 9조)에도 어긋나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개헌 없이 수차례의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자위권의 범위를 넓혀 왔다. 2014년엔 평화헌법에 배치된다고 여겨져 왔던 집단적 자위권을 헌법 해석 변경만으로 확보해 위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이미 1956년 “일본을 향한 공격을 막을 수단이 없을 경우 법리적으로 자위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견해를 내놓으며 보유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는 2005년 보고서를 통해 “전수방위는 공격 능력 보유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일정 조건하에서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며 “그러나 방위계획대강에 적 기지 공격 능력이 포함된 적이 없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공격 능력을 제한해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개헌 없이 방위계획대강을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자위대의 적 기지 공격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오노데라에게 일본의 10년 단위 방위지침인 방위계획대강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위대의 공격 능력 보유에 전향적인 오노데라가 방위상으로서 전권을 잡으면서 일본 정부는 한층 적극적으로 보유를 추진할 전망이다.

한편 오노데라 방위상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참배할 예정은 없다”고 말해 15일 종전기념일(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찾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전임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지난해 현직 방위상으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 등 인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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