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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태어난 비트코인캐시, 하루만에 시총 3위로 껑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란의 어쩌다 투자] 
비트코인 분리 이후, 가상화폐 시장은

BCC 분리 성공…6시간 뒤 첫 블록 발견 #중국 채굴업자들 지지로 생존 가능성 높아 # #거래소별로 BCC 가격 300~900달러 #재정거래 불가능해 수급 따라 가격차 #국내 상장되면 이상 가격 형성될 듯 # #BCC 분리 후 비트코인 단기 하락세 #혼란 틈타 이더리움엔 매수 몰려 강세 #장기적으로 가상화폐 시장 전체 커져야

 가상화폐 시장의 ‘운명의 날’, 8월 1일이 지났다. 비트코인이 둘로 쪼개졌다. 기존 비트코인과는 다른 새로운 비트코인, ‘비트코인 캐시(BCC)’가 탄생했다.

사진: 더머클

사진: 더머클

 BCC를 주도하는 쪽은 중국 채굴업자들이다. 개발자들은 BCC를 “가상화폐의 기본 바탕인 분권, 탈집중화 정신을 왜곡하는 특정 세력에 의해 탄생한 코인”이라고 헐뜯으며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한다.

 채굴업자들은 그러나 “지금은 BCC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결국은 돌아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비트코인보다 더 가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운명의 날을 기점으로 태어난 가상화폐 BCC의 가격과 전망, 나아가 비트코인과 가상화폐 전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① BCC 분리, 성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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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성공했다.

 비트코인이나 BCC나 모두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다. 거래 데이터가 담긴 ‘블록’이 ‘사슬(체인)’처럼 연결돼 있어야 한다. 블록 생성이 안 되거나 체인이 끊기면 가상화폐로서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면 그 가상화폐를 쓰는 사람이 없어질 테고,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당한다.

 8월 1일, 실제 분리가 일어나기 전까지 BCC의 안정성을 누구도 담보할 수 없었다. 주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가 BCC에 대한 지원을 보류한 데에는 이런 기술적 이유도 있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 사이트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일 오후 6시 14분(UTC, 세계협정시, 그리니치 표준시(GMT)와 같음), 한국시간으로는 2일 새벽 3시 14분에 처음으로 중국 채굴업자인 비아BTC가 첫 번째 BCC 블록을 만들었다. 블록 크기는 1.915메가바이트(MB)이며, 6985개의 거래 내역이 담겼다. 기존 비트코인이 1MB에 3000개의 거래 내역을 담을 수 있던 것과 비교하면 처리 용량이 두 배 정도 늘어났다.

 비아BTC 측은 트위터를 통해 “현실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슈야 양! 그리고 비트코인 캐시!”라는 트윗을 날렸다. ‘슈야 양’은 곧 태어날 하이포 양 비아BTC 대표의 아기를 말한다. 곧, 첫 번째 BCC 블록 생성을 인간의 탄생에 비유한 셈이다.

자료: 트위터

자료: 트위터

 비트코인 채굴의 효율성은 컴퓨터 연산 능력이 커질수록 좋아진다. 곧, 혼자 채굴하는 것보다는 둘이 같이 하는 게 더 많은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채굴업자들은 ‘마이닝풀(mining pool)’을 구성한다. 일종의 광산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개별 광부(채굴업자)들이 특정 광산(마이닝풀)에서 같이 비트코인을 캐고, 이를 각자의 능력(컴퓨팅 파워)을 제공한 만큼 배분 받는다.

 그런데 마이닝풀의 대부분은 중국 채굴업자들이 주도한다. 가상화폐 지갑 관리 사이트인 블록체인닷인포에 따르면, 현재 중국 채굴업자들이 전체 비트코인 채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웃돈다. 오전 9시 현재 최근 4일간 채굴을 가장 많이 한 상위 5개 마이닝풀이 모두 중국 국적이다. 앤트풀(19.6%), BTC닷톱(11.7%), BTC닷컴(11%), 빅스인(8.8%), F2풀(8.6%) 등이다.

3일 오전 9시 현재. 자료: 블록체인닷인포

3일 오전 9시 현재. 자료: 블록체인닷인포

 첫 번째 BCC 블록을 만든 비아BTC가 주도하는 마이닝풀도 하루 전체 비트코인 채굴량(현재는 12.5개)의 4.4%를 차지하는 상위 10위 업체다. 하이포 양 비아BTC 대표는 가상화폐 정보 제공 업체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BCC를 채굴하는 곳이 적지만 조만간 상당수의 채굴업자들이 BCC 채굴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백개의 가상화폐 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3대 축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개발자, 채굴업자, 일반 이용자. BCC는 최근 세력이 급부상한 채굴업자들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었다. BCC가 비트코인에서 분리돼 성공, 독립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② BCC 가격 얼마가 될까

 BCC 상장 첫날 가격은 널뛰기 했다. 200달러선에서 40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다시 300달러선을 내 주는가 싶더니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상화폐 랭킹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현재 455달러(BCC 상장 거래소별 가격을 가중평균, 단 이상 가격은 제외)를 기록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18% 뛰었다. 아직까지 지켜보자는 쪽이 많아 거래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적은 규모의 매수ㆍ매도 주문에도 가격이 널뛰기 한다.

 거래소간 가격 차이도 너무 크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 현재 최근 기준으로 BCC 거래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거래소 비트렉스에서는 BCC가 77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심지어 전체 BCC 거래량의 1.1%가 거래되는 인도네시아의 거래소 ‘비트코인 인도네시아’에서는 BCC 가격이 920달러선에 형성돼 있다.

3일 오전 11시 현재. 자료: 코인마켓캡

3일 오전 11시 현재. 자료: 코인마켓캡

 개별 거래소 안에서의 거래는 자유롭지만, 아직까지 기술적 안정성 등을 이유로 거래소간 송금은 막혀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는 글로벌 이동이 자유로워 거래소별로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순간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서 파는 재정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재는 온전히 거래소 자체의 수급에 의해서만 BCC 가격이 결정된다.

 게다가 아직까지 BCC를 지원하지 않는 거래소가 많다. 거래소 기준으로 비트렉스(49%), 크라켄(27%), 비트파이넥스(11%) 등 상위 3개 거래소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한다. 지나친 편중이다. 비트코인의 경우엔 상위 3개 거래소 비중이 30%에 못 미친다.

 아직 국내에서는 얼마에 거래될 지 알 수 없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앞서 “3일 중 BCC를 상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아직까지 BCC 블록 생성이나 입출금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확한 상장 일정은 4일 중으로 안내하겠다"고 공지했다. 만약 상장이 된다면 인도네시아의 경우처럼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면서 이상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널뛰기하긴 하지만 일단 BCC는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으로 보인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전 10시 현재 BCC는 시가총액이 75억 달러로 이더리움에 이어 세계 3위 가상화폐 지위에 올랐다. 대체로 비트코인의 10~15%선에서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겠느냐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다.

자료: 코인마켓캡

자료: 코인마켓캡

 장기 전망에 대해선 채굴업자들은 낙관, 개발자들은 비관한다. 세계 최대 채굴업체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는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보다 더 가치있을 것”이라고까지 전망했다.

 반면 개발자들은 특정 세력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코인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BCC를 주도하는 비아BTC의 뒷배경에는 비트메인이 있을 것으로 본다. 비아BTC가 지난 6월 같은 이름의 비트코인 거래소를 만들 때 비트메인이 조성한 2000만 위안짜리 펀드가 투자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비아BTC가 사실상 비트메인의 자회사 아니냐”고 의심한다.

 비트메인은 개발자들 사이에선 못마땅한 존재다. 비트메인이 채굴기를 팔면서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어 채굴기를 산 사람들의 컴퓨터를 원격으로 조정해 자신들의 채굴 효율을 높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BCC를 지지하는 최대 세력의 의도를 의심하는 거래소들은 아직까지 지원 여부에 회의적이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폴로닉스, GDAX(코인베이스 운영) 등은 BCC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도 일단 지켜보자는 쪽이다. 글로벌 주요 거래소가 계속해서 BCC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BCC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③ 비트코인ㆍ이더리움 가격은 어떻게 되나

 운명의 날 이전에 급등했던 비트코인은 BCC 탄생 이후 약세다. BCC 탄생 직전에 2900달러선을 돌파했다가 이후에는 하락, 10시 현재 272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BCC를 일종에 배당에 비유한다. BCC 탄생 전 비트코인이 오른 것은 배당을 받기 위해 투자가 몰려서이고, BCC 탄생 이후 비트코인이 떨어진 것은 배당락(배당금만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의 비트코인 가격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공존한다. 낙관은 BCC 탄생으로 가상화폐 시장 자체가 커졌다는 점이다. BCC 가격(455달러)를 감안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3100달러를 훌쩍 넘는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단기적으로는 BCC 분할에 따라 하락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기술적 보완을 통해 거래 편의성이 높아진만큼 실생활에서 쓰일 일이 더 많아져 가치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비관은 BCC가 비트코인과 경쟁관계에 있는 점에 주목한다. 비트코인으로 갈 돈이 BCC로 가게 되니 비트코인 가격에는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더리움 등도 마찬가지다. 이더리움에 투자할 돈이 ‘신흥 세력’인 BCC에 몰릴 경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비트코인과 BCC가 분리되는 혼란한 틈을 타 이더리움으로 매수세가 더 몰려 이익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상화폐 시장 내에서 단기적으로 이더리움, 이더리움클래식, 대시와 같은 알트코인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분할 직후 매수세가 몰리며 20% 가까이 급등했다. 현재는 220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BCC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커질 것이냐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을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어쨌든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서 시장은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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