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전과' 탈북자, 전자발찌 끊고 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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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로도 잘리는 현행 발찌와 강철을 자르는 도구로도 잘리지 않는 신형 전자발찌. [중앙포토]

가위로도 잘리는 현행 발찌와 강철을 자르는 도구로도 잘리지 않는 신형 전자발찌. [중앙포토]

살인미수 전과가 있는 탈북자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나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추적에 나섰다.

전남 나주 모 정신병원 보호관찰 중 인근 숲으로 달아나 #정신질환 증세…2004년 10월 흉기로 동생 찔러 3년 복역 #1998년 12월 첫 탈북했지만 입북했다가 다시 재탈북

3일 광주보호관찰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3시쯤 전남 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보호관찰 중이던 A씨(49)가 도주했다.

병원 인근 숲에서는 A씨가 차고 있던 전자발찌가 훼손된 채 발견됐으며, 주변에는 벽돌이 놓여 있었다.

보호관찰소 측은 A씨의 발목에 채워진 전자발찌가 훼손됐다는 신호를 받고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경찰과 보호관찰소 측은 A씨를 찾기 위해 병원 주변을 수색하는 한편 탐문을 하고 있다.

광주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보호관찰의 경우 신병을 가둬둘 수 없다”며 “A씨가 전자발찌를 어떻게 훼손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경보 발생 및 전담 직원 출동 건수. [중앙포토]

전자발찌 경보 발생 및 전담 직원 출동 건수. [중앙포토]

탈북자인 A씨는 2004년 10월 자신의 아들 문제로 말다툼 끝에 동생을 흉기로 찌른 전과가 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 10년 처분을 받았다.

망상장애 등 정신 질환이 있는 A씨는 3년의 형기가 끝나고 10년간 치료감호를 받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국정원 측이 자신을 납치했다는 망상 증세를 보였다.

이에 치료감호소를 나온 지난해 3월부터 전자발찌를 찬 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며 보호관찰을 받고 있었다. 원래 출입이 제한되는 폐쇄 병동에서 생활하다가 개방 병동으로 옮겨졌다.

앞서 A씨는 1998년 12월 처음 탈북했다. 이후 2000년 6월 "북한에 남아 있는 부인을 데려오겠다"며 재입북했다.

북한에서 수감됐던 A씨는 2002년 2월 다시 탈북했지만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정신 질환 증세를 보이던 A씨는 두 번째 탈북 이후인 2004년 7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김정일 장군님 품으로 돌려보내달라”며 1인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A씨가 탈북과 입북 과정에서 자신의 행적에 대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한 점에서 북한의 지령을 받고 남한에 왔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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