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군함도' 이모개 촬영감독 '지옥을 보았다, 사람을 담았다'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올여름 최고의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등극한 류승완 감독의 역사 블록버스터 ‘군함도’(7월 26일 개봉).일본의 탄광섬 하시마(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혹독한 수난사를 스크린에 불러오기 위해, 제작진은 70여 년 전 군함도의 기이하고 생생한 풍경을 놀라운 비주얼로 재현해냈다. magazine M이 ‘군함도’의 공간을 창조한 이후경 미술감독과 이모개 촬영감독을 만나 제작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군함도’의 전체 설계를 진두지휘한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이모개 촬영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이모개 촬영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류승완 감독이 그린 지옥섬 군함도의 세계는 이모개(45) 촬영감독의 렌즈 안에서 비로소 완전해졌다. 그는 긴 호흡의 롱테이크 촬영으로 조선인의 절박한 표정과 군함도의 살풍경을 담는 데 집중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고요하지만, 그 안의 열기는 펄펄 끓는다.

-어떤 카메라로 촬영했나.
“‘알렉사 XT’를 메인으로 썼다. 디지털카메라 가운데는 가장 필름 룩과 가까운 느낌을 주는 기종이라 ‘군함도’와 어울렸다. 개미굴처럼 좁은 공간에서 촬영할 때는 일부 ‘알렉사 미니’를 활용했다.”

-‘군함도’의 촬영 콘셉트는.
“편집 호흡이 빠른 최근의 영화 흐름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멀티카메라로 여러 영상 소스를 만들고, 편집으로 봉합하는 방식은 류 감독도 나도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전적인 방식대로, 콘티를 꼼꼼히 짠 다음 메인 카메라 위주로 촬영을 진행했다.”

-밀도 높은 롱테이크가 많다.
“보통 영화는 컷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데, 류 감독은 한 프레임에 모든 그림이 그려지길 바랐다. 그래서 롱테이크 위주로 갔다. 클로즈업숏·풀숏·롱숏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가도록 찍는 게 많이 까다로웠다. 간단한 인서트를 찍어도 저 멀리서 싸우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걸리도록 촬영했으니까. 어떤 때는 한 프레임 안에서 80명이 연기를 하기도 했다. 배우들이 고생이 많았다.”

-류 감독은.
“사석에선 엄청 웃기는 사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지독한 감독이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노력하고,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판단과 선택이 굉장히 명확하고 빠른 편이라 충돌할 일이 없었다. 그가 선장이라면, 나는 충실한 갑판장이었다.”

-애착가는 장면.
“소희(김수안)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엔딩신. 찍을 때는 몰랐는데 보면 볼수록 좋다. 수안이의 연기는 정말이지…. 천재다, 천재.”

-차기작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 ‘인랑’이다.
“오랜만에 김지운 감독과 함께 한다. ‘인랑’에서는 좀 더 차갑고 섹시한 느낌을 주고 싶다. 그간 내가 찍은 영화는 둔탁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엔 전혀 다를 거다.”

주요 필모그래피
‘아수라’(2016, 김성수 감독)
‘대호’(2015, 박훈정 감독)
‘마이웨이’(2011, 강제규 감독)
‘악마를 보았다’(2010, 김지운 감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김지운 감독)

이모개 촬영감독이 본 ‘군함도’의 세 얼굴

황정민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얼굴이 확확 달라진다. 악인을 연기한 ‘아수라’ 때는 진짜 현장에서 쳐다보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데 ‘군함도’에선 완전한 소시민의 얼굴, 따뜻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소지섭
“역할과 드라마를 떠나, 일단 피사체로서 매력이 넘친다고 할까. 단순히 잘난 외모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실물도 멋있지만 렌즈를 통해 보면 알 수 없는 묘한 기운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남성적인 강렬함이 대단하다.”

김수안
“가장 가까이 지켜본 입장에서 촬영 내내 놀랐다. 카메라 앞에 서면 단순히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이 진짜라고 믿는 듯한 표정이 나온다. 그 많은 스태프들 사이에서, 그 어린 나이에 그런 표정이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정경애(STUDIO 706)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