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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마냥 축하할 수 없는 완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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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결승전 3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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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보(138~156)=결론부터 말해서, 갑자기 역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 우변 백 대마가 죽지는 않았다. 그런데 퉈자시 9단은 기분이 개운하지가 않다. 백 대마가 죽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살아있는 것도 아니다. '참고도1'처럼 흑1로 뚫은 다음 흑3으로 젖히면 '패'가 난다. 지금은 백의 팻감이 많아서 당장 흑이 패싸움을 하자고 달려들진 않겠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백이 완생한 게 아니다. 찜찜한 패맛이 남아있다.

참고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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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백 대마를 살리면서 생긴 손해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백 입장에서는 143으로 단수를 얻어맞으면서 모양이 찌그러진 게 마음 아프다. 허둥지둥 백 대마를 살리는 사이 우변 흑집은 통통하게 살이 올랐는데, 이대로 바둑이 마무리되면 흑이 유리한 형세다. 설상가상 선수(先手)까지 흑에게 빼앗겼다.

참고도2

참고도2

반면 역공에 성공한 커제 9단은 기분이 흡족하다. 의기양양하게 155로 좌상귀에 손을 돌렸다. 거세게 젖힌 156은 최강의 반발. 불리하다고 판단한 퉈자시 9단이 마지막 승부수를 날린 것이다. 여기서 알기 쉽게 '참고도2' 백1로 늘어서는 흑이 편안하게 집을 내고 살아버린다. 이렇게 되면 바둑은 끝이다. 156을 놓는 퉈자시 9단은 실오라기 같은 희망이라도 건져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커제 9단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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