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 "기회 다시는 안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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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결승골을 넣은 이동국(오른쪽에서 둘째)이 동료들과 얼싸안으며 상대 골 쪽을 바라보고 있다. [LA 지사=백종춘 기자]

"압박이 훌륭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사이드 공간을 활용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장모상을 당해 자리를 비운 딕 아드보카트 감독 대신 처음 지휘봉을 잡은 핌 베르베크 코치의 평가는 '만족'이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의 강호 멕시코를 1-0으로 꺾었다. 전지훈련 마지막 평가전에서 이긴 것도 기분 좋았지만 경기 내용도 좋았다는 평가다. 6만4128명이 들어찬 메모리얼 콜리시엄 관중석은 완전 '겉절이'였다. 초록색 옷을 입은 멕시코 응원단 사이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한국응원단이 고춧가루 양념처럼 드문드문 보였다. 경기 초반 멕시코 응원단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서 한국은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다. 왼쪽 수비수 카를로스 살시도는 기습적인 오버래핑으로 한국 수비를 어지럽혔다.

전반 15분, 반전이 일었다. 이천수의 어정쩡한 프리킥을 멕시코 골키퍼 산체스가 잡았다. 한국 공격수들은 후퇴를 했고, 산체스는 공을 멀리 앞으로 던져 놓았다. 순간 이동국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산체스가 멍하니 서있는 사이 슛을 했고, 공은 골네트를 흔들었다. 선수들과 관중 모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한국 응원단에서는 함성이 터졌다. 산체스는 경기 후 "휘슬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그래서 오프사이드인 줄 알고 공을 길게 던졌다"고 해명했다.

한국은 이후 기선을 잡았다. 이동국은 계속해서 위협적인 슛을 날렸고, 정경호와 이천수도 상대 진영을 누비고 다녔다. 한국은 슈팅에서 18-9로 앞섰고, 유효슈팅에서도 6-3으로 압도했다. 베르베크는 "전체적으로 잘 싸워줬다. 상대에게 한두 번밖에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며 "공수 전환이 매끄럽게 이뤄졌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전지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확실한 독일월드컵 멤버로 자리 잡았다. 그는 "1998년 월드컵 경험을 통해 프로의 세계를 알고, 프로 근성이 생겼다. 한 번 찬스에서 한 번 골을 넣어야 한다" 며 "(대표에서 탈락한) 2002년 월드컵 때는 축구를 보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 두 번 다시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태극기 티셔츠를 입은 한국의 응원단(左)과 얼굴에 멕시코 국기를 그려 넣은 멕시코 응원단. [LA=뉴시스, LA지사=임상범 기자]

로스앤젤레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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