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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동남아 가니, 난 인사동 … 서울 도심 역바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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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직장인 박모(45)씨의 올여름 휴가지는 서울 한복판이다. 숙소는 도심인 종로구 인사동의 한 호텔. 서울 잠실·목동·여의도에 흩어져 사는 가족들의 동선을 감안했다.

1박 5만~7만원이면 시내 호텔 구해 #이태원 게스트하우스 내국인 30% #스테이케이션이 올여름 휴가 패턴 #한강몽땅 축제선 다양한 즐길거리

해외나 제주도로 여행을 갔을 때 드는 교통비가 줄었고, 바쁜 여행 일정에 쫓기지 않아도 돼 한결 여유가 생겼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부모님은 서울 시내를 여유 있게 관광할 기회가 생겼다.

휴가 첫날엔 호텔 수영장에서 가족들이 물놀이를 했고, 오후엔 인사동과 서울의 여러 문화재를 둘러봤다. 익히 알면서도 들르지 못했던 서울 맛집도 찾았다. 박씨는 “늘 지나치면서도 자세히 보지 못했던 서울 풍경을 여유 있게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 티켓값을 아낀 데다 최근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덕분인지 숙박비도 생각보다 저렴했다”고 말했다.

‘한강몽땅 축제’가 열리는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수상 스포츠 체험장에서 카약·카누 등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서울시]

‘한강몽땅 축제’가 열리는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수상 스포츠 체험장에서 카약·카누 등을 즐길 수 있다. [사진 서울시]

해외나 지방을 찾는 대신 도심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와 vacation의 합성어·도심에 머물며 휴가를 보낸다는 의미)이 올여름 휴가 패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서울 도심의 깔끔한 숙박 시설과 관광 인프라를 한껏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덕에 서울 도심 숙박업체들이 잇따라 저렴한 상품을 내놓은 점도 내국인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요소다.

31일 온라인 예약 서비스 업체인 호텔스닷컴에선 유명 호텔 체인인 이비스 앰버서더 서울 인사동이 1박에 5만원대, 신라호텔 계열인 신라스테이 구로가 6만원대에 판매됐다. 명동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 역시 1박당 6만~7만원이면 구할 수 있다.

‘머무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도심 특유의 편의성이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다. 박상섭 롯데면세점 수석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명동L7의 경우 투숙객의 70%가 내국인”이라며 “호텔 근처에 공연장·영화관·쇼핑몰 등이 같이 있어 한 자리에서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유센터 통해 캠핑 장비 이용도 늘어

지난 주말 여의도 한강공원 물총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들. [사진 서울시]

지난 주말 여의도 한강공원 물총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들. [사진 서울시]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접목한 한옥형 게스트하우스가 늘면서 도심 휴가객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태원 게스트하우스의 숙박료는 1인당 1박에 2만~3만원대(4~8인실 기준)다. 서울 용산구 관계자는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4~5년 전만 해도 여름 성수기엔 내국인 투숙객이 거의 없었지만 요즘은 전체 투숙객의 30%가량이 내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스테이케이션족 증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무료 축제임에도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춘 ‘한강몽땅 여름축제’(이하 한강몽땅)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1일부터 ‘한강이 피서지다’를 콘셉트로 진행 중인 한강몽땅에서는 서커스와 콘서트, 나이트 마켓 등 80여 개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한강종이배 경주대회’나 ‘오리보트 경주대회’ 등은 한강몽땅에서만 볼 수 있다. 유재룡 한강사업본부장은 “최근 집중호우에도 불구하고 비가 오는 날을 피해 170만 명이 축제 현장을 방문했다”며 “날씨만 괜찮다면 이달 중순까지 열리는 한강몽땅 기간 동안 역대 최대 관람객이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주최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신촌에서 열린 ‘신촌 물총축제’에는 5만여 명이 참가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센터 등을 통해 저렴한 값에 캠핑 장비를 이용하는 실속형 휴가족도 늘고 있다. 서울시 은평물품공유센터는 지난달에만 캠핑용품 대여 실적이 312건에 달한다. 이곳에선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을 하루 2000~7000원, 소형텐트를 7000~9000원, 대형 텐트를 1만8000~3만원대에 빌릴 수 있다. 마채숙 서울시 사회혁신담당관은 “시민들이 큰돈을 들여 멀리 가지 않고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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