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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한 달…피서객 몰려 ‘가다 서다’, 미시령터널은 ‘텅텅 비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9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현상을 빚은 동서고속도로. 박진호 기자

지난 29일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현상을 빚은 동서고속도로. 박진호 기자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지나는 차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미시령터널 요금소. 박진호 기자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지나는 차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미시령터널 요금소. 박진호 기자

지난 29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송정리 서울~양양고속도로(동서고속도로) 화촌1터널 앞. 고속도로 전광판에 ‘내촌~서석터널 7㎞ 정체’, ‘동홍천~속초 120분, 국도 44호 우회 85분’이라는 안내 문구 나왔다.

동서고속도로 개통 이후 지난 1~27일까지 342만4779대 통행 #미시령터널 이용차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넘게 줄어 #속초 지역 해변 피서객 100만명 돌파, 인제 지역은 손님 절반 #강원도 교통분산 위해 국도 44호선 확장 및 포장 공사 계획

본격적인 피서철을 맞아 동서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몰려 차량이 30~40㎞ 속도로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내촌면 쪽에 가까워지자 차량이 한동안 멈춰서는 등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서울 강일 분기점에서 양양 나들목(152㎞)까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37분에 달했다.

휴가철을 맞아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의 차량으로 가득 찬 동서고속도로 내린천 휴게소. 박진호 기자

휴가철을 맞아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의 차량으로 가득 찬 동서고속도로 내린천 휴게소. 박진호 기자

별도의 건물이 포개져 있는 모습의 상공(上空)형 휴게소로 유명해진 내린천 휴게소도 차량으로 가득했다. 주차할 공간이 없어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어렵게 차를 세울 수 있었다.

휴게소 건물 안 역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일부 피서객들은 주문한 음식이 나왔지만 앉을 자리가 없어 직원이 음식을 내주는 테이블 한쪽에 서서 식사를 하기도 했다.

동서고속도로 내린천 휴게소를 찾은 일부 피서객들이 자리가 없자 일어서서 식사를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동서고속도로 내린천 휴게소를 찾은 일부 피서객들이 자리가 없자 일어서서 식사를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서울에서 속초로 피서를 간다는 이모(43·여)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빈자리가 나지 않아 결국 서서 먹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동서고속도로가 개통한 이후 한 달을 지났다. 새로 개통한 고속도로로 차량이 몰리면서 지역 간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피서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현상을 빚는 동서고속도로. 박진호 기자

휴가철을 맞아 피서 차량이 몰리면서 정체현상을 빚는 동서고속도로. 박진호 기자

동서고속도로 종착지인 양양과 속초는 관광객이 늘면서 한껏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이날 속초해변은 흐린 날씨에도 피서객들이 몰려 공영주차장마다 모두 ‘만차’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주차할 공간을 찾는 데만 1시간이 걸렸다.

흐린 날씨에도 피서객들로 가득 찬 속초해변. 박진호 기자

흐린 날씨에도 피서객들로 가득 찬 속초해변. 박진호 기자

속초해변 앞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춘석(63)씨는 “이달 초부터 속초를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 평일엔 없었던 교통체증이 가는 곳마다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동서고속도로가 개통한 지난 1일부터 29일까지 속초 지역 해변을 찾은 피서객은 103만489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9만8675명과 비교할 때 29.57%(23만명)나 증가한 수치다. 양양지역 해변 역시 70만7822명으로 지난해 45만3110명보다 56.21%(25만명)나 늘었다.

한국도로공사 강원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27일 한 달여 간 서울∼양양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342만4779대로 집계됐다.

반면 동서고속도로 개통 전 속초와 양양으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인 미시령 동서관통 도로(미시령터널)의 통행량은 눈에 띄게 줄었다.

동서고속도로 개통 이후 통행량이 급감한 미시령터널. 박진호 기자

동서고속도로 개통 이후 통행량이 급감한 미시령터널. 박진호 기자

이날 오후 기자가 3.69㎞의 달하는 미시령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지나가는 차량은 단 4대에 불과했다. 주말마다 긴 줄이 생겼던 요금소 역시 지나는 차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따르면 지난 1∼27일 미시령터널 이용 차량은 18만8927대가 전부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만8815대와 비교해 58.82%(27만대)나 급감했다.

이처럼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기존 국도 44호선을 지나던 차량이 급격히 줄면서 인제군과 홍천군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찾은 인제군 북면 용대리의 한 음식점은 휴가철 주말임에도 주차장이 텅텅 빈 상태였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 온 김종선(69)씨는 “휴가철이면 하루 평균 40~50만원은 팔았는데 동서고속도로 개통 이후 하루 5만원을 팔기도 어렵다”면서 “미시령 옛길을 관광도로로 특화하고 신호체계 개선, 터널 비용을 낮추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시령터널을 통과해 요금소로 가는 길. 휴가철 주말이지만 통행이 급감한 모습이다. 박진호 기자

미시령터널을 통과해 요금소로 가는 길. 휴가철 주말이지만 통행이 급감한 모습이다. 박진호 기자

이에 따라 강원도는 소외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현재 왕복 2차로인 도로를 왕복 4차로로 확장하고 기존 도로를 새로 포장하는 대책을 추진 중이다. 도로가 개선되면 교통 분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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