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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열 많은 사람은 삼계탕 먹고 탈 날 수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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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24면

[新동의보감] 여름 보양식, 알고 먹어야 약

오골계

오골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계절이다. 사람은 환경변화에 민감한 탓에 이맘때가 되면 몸이 나른해지고 피로감이 엄습한다. 입맛도 없고, 열대야 때문에 잠 못 자는 날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두고 ‘여름을 탄다’고 표현한다. 일본인들은 ‘여름에 지친다’는 뜻으로 나쓰바테(夏バテ)란 말을 쓰고, 중국인들은 ‘괴로운 여름’ 즉 쿠샤(苦夏)라고 한다. 표현이 약간씩 다르긴 해도 여름이 극복의 대상인 것은 만국 공통인 것 같다.

성질 따뜻하고 양적인 삼계탕 #냉한 사람에 적합, 오골계가 으뜸 #찬 성질 오리탕, 다혈질에 맞아

견디기 힘든 여름을 이겨 내기 위해 사람들은 보양식(補陽食)을 찾아 먹는다. 보양은 말 그대로 양기(陽氣)를 보충해 준다는 의미다.

한의학에서는 신체 움직임의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원을 양기라고 한다. 양기가 충만해지면 활력이 생기고 육근(六根, 눈·귀·코·입·몸·의지)의 지각 활동 또한 또렷해진다. 양기를 채워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태미나 음식 즉 보양식을 먹는 것이다. 힘든 여름을 이겨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보양 식재도 알고 먹어야 약이 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닭과 오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름철에 보양식으로 삼계탕과 오리탕을 가장 즐겨 먹는다. 이 둘은 생김새가 비슷한 탓에 맛에 대한 취향으로 선택해서 먹을 뿐, 성질이 완전히 다른 음식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모르는 것 같다.

한방에서는 닭과 오리의 성질이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본다. 우선 외향적 특징으로 부리를 살펴보자. 닭의 부리는 뾰족하게 생겨 양(陽)의 성질을 띠고 있으며, 오리의 부리는 두툼하고 둥글넓적하게 생겨 음(陰)의 성질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닭과 오리는 행동을 관찰해 봐도 확연히 다르다. 닭은 포식자나 적을 경계하여 높은 곳에 올라가려는 습성이 강한 반면, 오리는 물 위를 유유자적하게 노닌다. 닭은 양적이고, 오리는 음적인 조류임을 알 수 있다.

닭고기로 만든 삼계탕은 성질이 따뜻하고 양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속이 냉하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사람에게 적합한 음식이다. 반대로 오리탕은 성질이 차고 음적인 음식이므로 속에 열이 많거나 다혈질인 사람에게 맞다. 그러므로 속 열 많은 사람이 삼계탕을 먹으면 보양은커녕 오히려 탈이 날 수도 있고, 속이 냉한 사람이 오리고기를 많이 먹으면 제대로 흡수되지 않고 설사를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삼계탕 중에서도 ‘오골계 삼계탕’은 여름철 으뜸 보양식으로 꼽힌다. 옛날에는 정승들도 먹기 힘들었고 왕만이 즐겨 먹던 보양식이라고 해서 ‘삼계탕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실제로 오골계 삼계탕의 보익(補益) 효능은 일반 삼계탕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뛰어나다. 오골계는 살과 혈액, 뼈까지 검푸른 색을 띠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도계한 뒤의 속살까지 검어 약간 혐오스러워 보여도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깊은 단맛이 우러난다.

일반 닭은 발가락이 4개인데 비해 오골계는 6개나 되며, 발가락에 깃털이 나 있는 게 특징이다. 암컷은 평균 1㎏, 수컷은 1.5㎏ 정도다.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재래종 토종닭 크기만큼 키우려 해도 사육기간이 일반 닭에 비해 훨씬 길고 번식이 어려워 오골계를 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옛날에는 오골계가 워낙 귀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왕족과 귀족들만 먹을 수 있게 제한했다고 한다. 특히 연산군 때는 오골계가 너무 귀해 일반 백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승들도 잡아먹지 못하게 했다. 이를 어긴 관료는 벼슬을 빼앗기고 귀양까지 갔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있다.

간장과 신장 기운 보충해 주는 뱀장어

뱀장어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철 보양식이다. 만리어(鰻魚)라고도 하는 이 민물장어는 살은 물론 뼈와 피, 기름까지 모두 약으로 사용할 정도로 유용하다. 특히 허약해진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보충해 주는 음식이다.

『동의보감』이나 『본초강목』에는 뱀장어가 팔다리 저림, 신체 허약, 하혈(下血), 다리통증, 발기부전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뱀장어는 맛은 달고, 성질은 차다.

대표적인 한의학적 효능으로는 거풍습(祛風濕, 풍습을 제거하는 효능), 난요슬(暖腰膝,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효능), 기양(起陽, 양기를 북돋워주는 효능), 살충(殺蟲, 기생충을 없애는 효능) 등을 들 수 있다. 영양학적으로 장어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여 두뇌 활동에 도움을 주고, 칼슘·비타민·단백질·뮤신 등의 성분이 많아 기력과 체력을 회복하는 데 매우 유용한 음식이다.

사실 장어는 남자들의 정력보강을 위한 대표적인 스태미나 음식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신장(腎臟)이 생식기를 포함하는데, 장어가 신장의 기능을 강화하여 남자의 양기를 북돋우고 발기가 잘 되게 도와주며,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해 준다. 장어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 생식기에도 도움이 된다. 장어를 먹으면 냉이나 산전산후의 허약증상, 약해진 자궁 등을 보강할 수 있다.

비린내 적고 맛 담백한 보양식 민어

민어(民魚)는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단골로 올라가는 ‘잘 나가는’ 생선이다. 비린내가 적고 맛이 담백한 데다 영양이 풍부해 예로부터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동의보감』에는 “민어는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여름철에 냉해지기 쉬운 오장육부의 기운을 돋우고 뼈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민어는 지방은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보양음식이다. 비타민·칼슘·칼륨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어린이나 노약자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민어에는 당질(糖質)의 대사를 돕고 에너지를 만들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B1, 피부나 점막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비타민B2, 뇌신경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B6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한방에서는 민어의 부레도 요긴하게 쓴다. 민어 부레를 얇게 썰어 말린 후 열을 가하면 진주 같은 구슬이 되는데 이를 ‘아교구’라 하여 보약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여름철 보양식하면 보신탕을 떠올릴 수 있지만, 옛날 한양에서는 서민들이 보신탕을 먹을 때 양반들은 민어탕을 즐겼다는 말이 전해진다. 민어는 빈혈예방, 세포 활성화, 동맥경화와 피부 및 혈관의 노화방지, 면역력 증강, 이뇨작용, 고혈압 예방 등 그 효능이 실로 다양하다.

정현석 약산약초교육원 고문
튼튼마디한의원 대표원장. 경희대 한의과 박사. 경남 거창 약산약초교육원에서 한의사들과 함께 직접 약초를 재배하며 연구하고 있다.『신동의보감육아법』『먹으면서 고치는 관절염』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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