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317조원 군비 증강 … ‘육군 강국’ 부활 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2017.07.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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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러시아가 2025년까지 운용할 새 군비계획의 큰 틀을 정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해군에서 육군으로 군비 증강의 무게 중심이 옮겨갔다는 점이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부터 8년간 17조 루블(약 317조원)을 투입해 육군과 특수전 전력을 중점 강화할 방침이라고 일본 웹매거진 웻지인피니티가 최근 전했다.

미국·유럽 견제 위해 지상군 늘려
‘수퍼탱크’ 아르마타도 대거 도입
극동군 전력 강화 움직임도 포착
전문가 “한반도 유사시 대비 목적”

러시아군이 지난 2011년부터 운용 중인 ‘국가장비계획 2020(GPV-2020)’의 화두는 해군력 강화였다. 그러나 이를 대체하는 ‘국가장비계획 2025(GPV-2025)’는 지상군 전력 증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7년 새 러시아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이 크게 달라지면서 군사적 수요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GPV-2020 작성 당시엔 미·러 관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유럽과의 군사적 긴장도 높지 않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직접 충돌할 가능성은 낮았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체첸 반군과의 국지전 등 소규모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지상군을 슬림화하기로 했다. 실제 육군의 작전 단위는 사단(약 1만 명)에서 여단(약 3500명)으로 소형화됐다.

반면 러시아는 해군력 재건에 박차를 가했다. 세계 전략과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핵 추진 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해상 전략자산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대형 무기 도입사업을 진행시켰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점령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나토군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도 급속히 악화됐다. 시리아 사태를 두고도 러시아와 서방은 대립했다. 세계 곳곳에서 양 진영의 전략적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 빚어진 셈이다. 그만큼 지상군과 공수부대 등 특수전 전력 수요가 늘어났다. 앞으로 러시아군은 사단급 부대는 물론 전차군으로 불리는 중편성도 부활시킬 계획이다. 무인 자동포격 시스템을 갖춘 ‘수퍼탱크’ T-14 아르마타 등 신형 무기도 대거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해군과 육군의 예산은 완전히 역전됐다. 종전 계획에서 4조7000억 루블(약 87조9840억원) 정도였던 해군 예산은 2조6000억 루블로 거의 반토막이 난 반면 육군 예산은 2조6000억 루블에서 61% 많은 4조2000억 루블(약 78조6240억원)로 뛰었다.

러시아의 군비증강이 한반도 유사사태 대비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을 막기 위해 극동군의 전력 강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민규 우석대 국방학과 교수는 “러시아 정부는 미 태평양사령부에 대응하는 극동군 전력을 끌어올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을 억지하기를 원한다”면서 "러시아는 냉전 때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했던 만큼 중국과는 다른 시각으로 동북아 역학 구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사이버전과 정보전 등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 수행 능력을 넘어서는 대군 건설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지상군 증강은 하이브리드 전략을 넘어서서 미국과 서유럽에 대항하는 미래전력을 건설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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