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로 청소 살수차, 더위사냥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폭염 특보가 내려진 25일 서울 중구청 살수차가 서울 시청 앞 도로에 물을 뿌리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6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시가 도로에 뿌린 물은 2만764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한다. [신인섭 기자]

폭염 특보가 내려진 25일 서울 중구청 살수차가 서울 시청 앞 도로에 물을 뿌리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6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시가 도로에 뿌린 물은 2만764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한다. [신인섭 기자]

신용섭(58)씨는 서울시의 10년차 베테랑 ‘코끼리 아저씨’다. 긴 코로 물을 뿌리는 코끼리처럼 살수차를 운전하며 햇볕에 달아오른 도로에 물을 뿌리고 깨끗하게 하는 게 그의 일이다.

서울, 폭염에 열 받은 도로 식히려 #지하철 역사 등서 나온 지하수 활용 #올 여름 200명 투입해 물 2만t 뿌려

하루 일과는 오전 2시에 시작된다. 서울시 중구의 도로 곳곳을 청소하고 뜨거워진 도로를 식힌다. 오전 2시에 출발해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서울시청 앞 등을 돌고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일이 끝난다.

올여름 들어 신씨는 더 바빠졌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6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시의 살수량(2만7645t)은 지난해 같은 기간(9278t)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일까지 서울엔 총 16번의 폭염 특보가 내려져 지난해 같은 기간(9회)을 훌쩍 넘겼다.

서울시 살수 차량 기사는 200여 명으로 대부분 자치구청에 소속돼 있다. 1인당 3~4개 구간(노선)의 열을 식힌다. 신씨의 담당 구역은 퇴계로와 을지로, 태평로 등 시내 한복판이다. 10차선이 넘는 대로를 담당하다보니 12t 트럭에 물을 꽉 채워도 30분이면 동이 난다. 하루에 약 30㎞ 구간을 청소하려면 트럭에 3~4번씩 물을 채워야 한다. 물은 급수전에서 채우는데, 이 물은 지하철 역사 등서 나온 지하수다. 살수차는 봄과 가을엔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겨울엔 끌개를 달아 제설차로 활용된다.

신씨는 “새벽보다 낮이 일하기 더 힘들다”고 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와 달리 낮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 길거리에 물건을 내놓은 상점들, 반대 차선에서 급주행하는 차량을 모두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서 12t 트럭을 운전하며 물을 뿌리다보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도로가에 세워둔 승용차에 물이 튀어 욕설을 듣거나, 차량 흐름을 방해한다며 경적을 울리는 승용차도 있다. 아들 뻘인 운전자로부터 ‘손가락 욕’을 당하기도 했다.

신씨는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 광장을 청소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보람차다”고 했다. 서울역 주변 골목길과 인도엔 트럭이 들어가지 못해 일일이 호스를 끌어내 수작업으로 물청소를 해야 한다. 처음엔 경계하며 자리를 내주지 않던 노숙인들도 이제 신씨를 반긴다. 그는 “소변 지린내 등이 진동하던 거리를 물 청소하고 나면 여기저기서 감사인사가 들려 온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