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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신중현·김희갑 등 대중음악계 스승, 이교숙 전 해군 군악대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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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해군을 상징하는 노래인 해군가(海軍歌)를 작곡한 이교숙(사진) 전 해군 군악대장이 22일 밤 별세했다. 93세.

“우리는 해군이다~” 해군가 작곡

고인은 1956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해 선정한 가사에 곡을 붙여 해군가를 만들었다. “우리는 해군이다. 바다의 방패~”로 시작하는 해군가는 해군의 높은 기상을 보여주고, 예술성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인은 강원도 원산출생으로 1944년 만주국 신경(창춘) 방송교향악단의 트롬본 단원으로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해방 후에는 서울시향의 전신인 고려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하다 48년 9월 해군 군악학교 교관으로 영입됐다. 병조장(현 원사급)으로 시작해 부사관으로 활동하다 장교교육(해군사관후보생 16기)을 받고 54년 12월 군악장교로 임관했다.

고인은 56년부터 57년까지 워싱턴의 미 해군음악학교(USN)에서 유학을 하며 당시 한국에 전해지지 않았던 하프와 재즈 빅밴드 이론을 배웠다.

해군가 작곡은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67년 3월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에는 이화여대와 중앙대 음대 작곡과 교수, 관악지도자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와 별개로 당시 미8군 연예부대에서 활동하던 음악인들에게 음악을 개인 교습하는 등 한국 대중음악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신중현·김희갑·정성조 등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들이 고인의 제자다.

고인은 74년 제6회 서울음악제 때 실내악 ‘Pantomine(팬터마인)’을 출품했고, 77년 7월 15일 부산교향취주악단 창단연주회 때 황진한(바리톤)과 함께 출연하는 등 많은 공연활동도 펼쳤다. 주요 작품으로 ‘기수(奇數)’(1967), ‘음시(音詩) 길’(1975), ‘하프를 위한 환상곡’(1990) 등이 있다. 유족으로는 2남 1녀(장남 이혁·한국폴리텍대학 교수, 차남 이맥·캐나다 개인사업, 장녀 이향일, 사위 김지환·유한대 교수)가 있다. 장지는 인천 부평공원 묘지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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