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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야구장 잇단 ‘비디오심’ … 영상 판독을 판독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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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롯데 손아섭(오른쪽)이 지난 20일 삼성전에서 홈런 선을 맞히는 타구(아래사진 동그라미 안)를 날린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2루타로 정정됐다. [울산=연합뉴스]

롯데 손아섭(오른쪽)이 지난 20일 삼성전에서 홈런 선을 맞히는 타구(아래사진 동그라미 안)를 날린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2루타로 정정됐다. [울산=연합뉴스]

프로야구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판독’할 때가 됐다. 구단과 선수단, 팬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어떤 노력과 투자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한계 드러낸 KBO 자체 시스템 #롯데 손아섭 ‘도둑 맞은 홈런’ #구장 특수성 모른 센터장 실수 #KIA 김민식 땐 기술력 문제 노출 #방송사가 재판독으로 짚어내 #카메라 덕분에 오심 줄었지만 #팬들 눈 높아져 정확성 보완해야

지난 2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삼성의 경기 3회 초. 1-4로 뒤지던 롯데의 손아섭이 좌중간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타구는 펜스 위 노란 선을 맞고 넘어가 철망(관중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설치한 보호망)을 때린 뒤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처음 홈런으로 판정했던 심판진은 삼성 측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을 한 뒤 2루타로 번복됐다.

손아섭 홈런 화면캡쳐. [TV 화면 캡처]

손아섭 홈런 화면캡쳐. [TV 화면 캡처]

올해 비디오 판독 중 최악의 오심이었다. 문수구장의 홈런 기준선은 펜스 위 노란색 라인이다. 철망을 맞은 건 관중석에 들어간 것과 같다. 논쟁이 있을 수도, 시각차가 있을 수도 없는 사안이었다. 양 팀은 연장 12회 끝에 4-4로 비겼다. 오심으로 홈런과 승리가 날아갔다.

KBO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흔들린다. 2014년 7월 비디오 화면을 판정 근거로 활용하기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올해는 KBO가 20억원을 들여 비디오 판독 센터까지 자체 운영 중이지만, 팬들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KBO 비디오 판독 센터에서 각 구장 영상을 보고 있는 판독 요원. [중앙포토]

서울 상암동에 있는 KBO 비디오 판독 센터에서 각 구장 영상을 보고 있는 판독 요원. [중앙포토]

지난 11일 광주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다. 7회 KIA 포수 김민식이 홈으로 들어오던 NC 나성범을 태그했을 때 심판진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판독 결과는 원심이 유지(세이프)됐다. 득점이 인정돼 NC가 4-7로 추격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이 경기를 중계한 KBSN스포츠는 판독 결과가 나온 직후, 자신들의 자체 기술을 활용한 다각도의 느린 화면을 내보냈다. 이 화면에선 김민식의 태그가 더 빠른 것(아웃)처럼 보인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확실히 태그가 먼저”라고 세 차례 소리쳤다.

‘손아섭 판정’과 ‘김민식 판정’ 모두 오심이지만, 내용 면에선 완전히 다르다. ‘손아섭 판정’은 로컬 룰을 몰랐던 김호인 비디오 판독 센터장의 실책이다. 여기에 판독요원들이 센터장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 결합한 결과다. KBO는 김호인 센터장에게 열흘 출장정지, 판독요원에게 벌금 50만원씩의 제재를 내렸다. 일회성 징계에 그쳐서는 안 될 문제다.

‘김민식 판정’은 비디오 판독 센터의 기술력 부족 탓이다. 5개 프로야구 중계사 중 일부는 돋보기 화면, 4차원 화면 등 특수기술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 ‘심판 합의판정’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판독 시스템에선 이 방송사 화면을 활용했다. 그러나 KBO가 자체 시스템을 갖추면서 일부 방송사는 판독이 진행되는 동안 특수기술을 활용한 화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KBO가 결정한 뒤에야 특수기술 화면을 내보낸다. 결과적으로 방송사가 ‘김민식 판정’처럼 판독 센터의 오독을 짚어낸다. 팬들이 “돈 들여 판독센터를 만들었지만 지난해보다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KBO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만든 이유는 ▶판정을 내린 심판과 화면을 판독하는 심판이 달라야 정확성이 높아지고 ▶해당 장면을 KBO 아카이브에 저장할 필요가 있으며 ▶승부조작 등 부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장은 “미국 메이저리그 판독 시스템과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심판과 심판 출신 센터장이 구장당 10개의 화면(자체 3개, 중계 7개)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는 구장당 13개(자체 1개, 홈·원정 중계사 6개씩)의 모니터가 가동된다.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건 오심을 그냥 두지 않기 위해서다. 첨단 카메라 덕분에 오심도 꽤 줄었다. 그런데 이에 비례해 팬들 눈높이가 더 높아졌다. KBO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첨단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 일부 방송사는 특수기술을 활용한 화면을 판독 센터에 보내지 않는다.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이 화면은 KBO의 판독 결과를 ‘재판독’하는데, 결과적으로 KBO 판독 시스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 사용된다.

정금조 센터장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인력·장비를 보강해 판독의 정확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O가 방송사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려면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를 확보하려면 판독 센터의 업그레이드가 꼭 필요하다. 팬들은 이미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초당 수십~수백 프레임의 화면을 보고 있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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