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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생수, 티몬 화장지 … e커머스 업체 PB 상품 봇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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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커머스 기업이 자체브랜드(PB)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비슷한 제품을 싼 가격(가격경쟁)에 빠른 시간에 배송해준다(배송 경쟁)는 점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자 PB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차별화·수익 노려 영역 확장 경쟁 #쿠팡 ‘탐사’ 브랜드 제품군 확대 #티몬은 봄부터 생활용품 선보여 #이베이도 자체 의류·잡화 검토

쿠팡은 24일 PB인 ‘탐사(Tamsaa·사진)’를 론칭하고 제품 카테고리를 확장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시되는 제품은 총 5가지다. 100% 천연 펄프 소프트롤 화장지, 보습 미용티슈, 미네랄워터 탐사수, 탐사 스파클링 워터, 종이컵 등이다. 이들 제품은 쿠팡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로켓배송으로 쿠팡맨을 통해 받아볼 수 있다.

쿠팡에 따르면 탐사는 말 그대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해 찾아낸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쿠팡은 해당 제품군의 상품평 등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PB제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허준 쿠팡 홍보팀장은 “일반적으로 가성비를 우선하는 PB제품과 달리 품질이 좋은 ‘프리미엄 PB’를 선보이겠다”면서 “우선은 수익성 개선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공급한다는 측면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쿠팡에 앞서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 3월 생활용품 PB ‘236:)’을 선보였다. 브랜드명은 24시간 중 한 시간, 일주일 중 하루를 비웠다는 뜻으로 ‘바쁜 일상 속 여유’와 ‘제품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버렸다’는 브랜드 철학을 담고 있다. 타월·화장지·물티슈·옷걸이·섬유유연제·양말·종이컵·테이프 클리너 등을 먼저 선보였고 최근에는 ‘236 미네랄워터’ 생수를 출시했다. 236:)의 지난 5월 매출은 출시 첫 달인 3월 대비 181% 상승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11번가 역시 지난해 패션PB 브랜드 ‘레어하이’를 통해 캐시미어 니트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G마켓은 PB는 아니지만 제조업체와 공동기획상품(NPB)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달 제이크리에이션과 손잡고 스파클링 워터 ‘캬(KYA)’를 출시했다. ‘캬’는 출시된 지 일주일 만에 20만병 이상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자체 의류·잡화 PB 개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어라운드 뮤즈’라는 패션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아직까지 검토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PB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에서다. 기존 제품은 마케팅과 유통단계별 비용이 들어가지만 PB 제품은 이런 군더더기를 덜어내 남는게 그만큼 많다. 당연히 가격도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다. 실제로 티몬의 236:) 미네랄워터는 2L짜리 12개 묶음이 5900원에 판매된다. 병당 491원 꼴로 타사 대비 20% 이상 저렵하다.

하지만 e커머스 PB개발 확장성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초기 단계라지만 현재 나오는 PB제품들이 대부분 비슷비슷한 생활용품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차별화된 제품은 보이지 않는다. 생활용품부터 의류, 식음료까지 거의 모든 제품을 PB로 만들고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과는 뚜렷하게 구분되는 대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생수나 휴지같은 규격화된 공산품은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고 가격 탄력도가 큰 제품이라서 PB로 개발하기에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PB의 다양화에 성패가 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익명을 원한 온라인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섭게 성장해온 온라인 업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차별화 포인트가 별로 없다는 것”이라면서 “비슷비슷한 제품의 PB가 아니라 우리 업체에서만 살 수 있는 다양하고 좋은 상품을 선보이는 업체가 결국에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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