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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추석 전에 ‘마중물’ 7조원 … "연내 추경 효과 보긴 힘들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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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확정된 추경안 규모는 정부안(11조1869억원)보다 1536억원 감액된 11조333억원이다. 쟁점이었던 ‘중앙직 공무원 증원’은 4500명에서 257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논란 속 11조333억 추경 예산 통과 #당·정 “대부분 민간 일자리에 투입” #3% 성장률 달성엔 예측 엇갈려

중앙 공무원 채용 시험에 쓰려던 예산 80억원은 삭감하고, 예비비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일자리 추경’의 성격을 유지하면서 ‘급격한 공무원 증원은 안 된다’는 야당의 반대를 수용한 절충안이다.

이번 추경은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다. 추경은 경기 부양책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자연재해·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경제협력’ 등을 추경 편성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경기는 회복세를 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은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기업 실적 개선과 외국인 매수 덕에 금융시장에서도 연일 환호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추경 편성 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야당이 ‘추경 편성 요건이 안 된다’고 반발한 이유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본격적인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방미 경제인단과의 간담회에서 “추경이 잘되면 죽 내리막길을 걷던 우리 경제성장률이 올라가 잘하면 3%대로 다시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경 예산의 대부분은 창업지원펀드, 중소기업 청년고용 지원 등 민간 일자리 관련 사업에 투입된다”며 “신속한 집행이 뒤따른다면 고용과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장대로 추경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보조를 맞췄다. 한은은 13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높였다.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하면서 추경 효과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여기에 추경효과 0.2%포인트를 더하면 3%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은 건 2014년(3.3%)이 마지막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부 계획대로 추경이 집행되면 올해 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내세우는 문제는 ‘속도’다. 나랏돈을 푼다고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의 효과는 상당한 시차가 있는데 올해 안으로 효과를 보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원래대로 (추경이) 통과됐더라면 0.2%포인트 상승을 예상했었는데 좀 늦었다”고 아쉬워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재부는 22일 긴급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추경 예산의 70%를 추석 전에 집행하기로 했다.

보통 추경은 천재지변의 피해 계층, 저소득층,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으로 비교적 명확하게 사용처를 정한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본 예산에 편입될 만한 복지성 지출이 많다. 1조1037억원이 투입되는 서민 주거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노인 일자리사업의 수당 인상 등도 그렇다. “예전과 달리 효과를 전망하기 좀 애매하다”(민간연구기관 연구원)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나라 밖에도 악재가 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보복 문제는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수정을 제안했다. 통상 갈등이 심해지면 버팀목인 수출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3%에 얽매이지 말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숫자 목표보다는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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