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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새 정부 R&D 지원, 산업 경쟁력 기준 유지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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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개발 (R&D) 과제를 위한 기획이 이뤄진다. R&D 투자는 미래 먹거리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국가의 연구개발 자금 지원은 민간기업 R&D와는 투자분야와 방식이 달라야 한다. 민간에선 할 수 없는 기초과학이나 국방, 우주산업과 같은 분야가 대표적인 지원 분야다. 또 꼭 필요하지만 위험성이 커서 민간 단독으로는 투자를 꺼리는 산업분야의 ‘마중물’ 차원의 지원도 이뤄진다. 한국은 위 분야를 기초 R&D지원과 산업 R&D지원으로 구분해 지원해왔다.

산업 R&D지원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자문한 경험에서 보면 산업 R&D 자원배분이 정치권의 필요에 따라 여러 정책 수단으로 쓰이곤 했다. 지방균형발전, 대·중·소기업의 상생 등은 중요한 정책목표이지만 국가산업발전의 종잣돈인 국가연구개발지원 자금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또 산업 R&D지원을 정경유착의 시각으로 보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정부 산업 R&D 자금은 기술난이도가 높고 파급력이 큰 산업을 위해 지원되어야 하고 어느 나라건 이러한 국제 경쟁이 치열한 거대 산업은 대기업이 이끌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분야의 산업R&D지원을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보는 시각으로 인해 대기업이 직접 수탁 받지 않는 경우마저도 지원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산업에서의 경쟁은 세계적인 대기업조차 혼자 헤쳐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기술집약 업종인 반도체 산업에서도 최강자였던 인텔이 모바일기기의 발전에 대응하지 못해 최근 1위의 자리를 삼성에 내줬다. 한국은 한정된 자본과 인력의 자원을 일부 산업에 집중하여 발전해왔기 때문에 넓은 저변을 가진 미국, 유럽과는 다르다. 특정 기업의 경쟁력 상실이 국내산업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반도체 산업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딥러닝, 초병렬컴퓨팅, 초저전력이라는 새로운 컴퓨팅의 발전방향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비해 어떤 반도체를 개발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확실한 것은 현재의 ‘폰노이만 구조’에 기반한 반도체 의존도는 줄어들 것이며 이런 변화는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강점을 약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거대 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적 R&D투자가 필요하다. 실제 설비 투자나 제품개발 차원의 R&D는 대기업의 몫이지만 해당 분야 인력양성과 원천 기술 확보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진보정권의 출발과 정부조직의 개편으로 대기업 산업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산업 R&D 지원 정책의 유일한 기준은 미래 국가 산업구조 발전이라는 것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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