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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와 "창업 생태계"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은 이스라엘 비결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공격 형태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면서 이스라엘의 사이버보안기업 가치가 치솟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 10%를 차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심층적 대응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사이버보안 투자(약 20%)를 이끌고 있다. 그 기술력의 원천은 이스라엘 군(軍)에서 시작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7년 5월 이스라엘 사이버보안기업 ‘헥사다이트(Hexadite)’를 1억 달러에 인수했고, 6월에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최적화하는 ‘클라우딘(Cloudyn)’을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에도 이스라엘의 아오라토(Aorato), 아달롬(Adallom), 시큐어아일랜드(Secure Islands) 등 스타트업들을 잇달아 인수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클라우딘 홈페이지 [사진 클라우딘 홈페이지 캡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클라우딘 홈페이지 [사진 클라우딘 홈페이지 캡처]

소프트뱅크는 2017년 6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광대한 네트워크를 실시간 추적하는 ‘사이버리즌(Cybereason)’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사이버리즌은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신속하게 감지함과 동시에 공격자를 추적하고 정보유출 이전에 악성코드를 제거한다. 시만텍도 2017년 7월 기업용 메일과 브라우저 보호를 위해 ‘파이어글래스(Fireglass)’를 인수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촉망받는 스타트업 ‘딥인스팅트(Deep Instinct)’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사이버공격을 예측하고 예방한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공격 패턴을 학습해 코드의 일부만 바꿔도 이를 감지하는데 오탐률이 지극히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사이버보안기업은 세계 방화벽 시장점유율 1위인 ‘체크포인트(Check Point)’다. 1996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체크포인트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다국적 보안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42개국 10만 기업을 고객으로 지난해 매출은 17억4000만 달러, 순이익은 7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의 정보통신산업 규모는 국민총생산(GDP) 3400억 달러의 13% 수준이며, 수출액도 전체의 30%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정보통신기술의 바탕이 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아주 탁월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란 핵(核)프로그램을 지연시킨 ‘스턱스넷’이나 카스퍼스키 등 유수의 보안업체들이 수년간 찾지 못했던 ‘플레임’과 같은 아주 정교한 스파이웨어 제작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이스라엘 외에 찾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포춘지 선정 글로벌 100대 기업 모두 이스라엘의 보안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다양한 인재육성 프로그램과 함께 군 특유의 엘리트부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탈피오트(Talpiot)’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상위 2%에게 응시자격을 주어 매년 50명의 과학영재를 선발해 첨단무기 개발인력으로 양성한다. 탈피오트 출신 대부분이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연이어 만들어내고 있어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8200부대’는 사이버 인텔리전스를 수행하는 첩보조직, 즉 신호정보수집과 암호해독을 담당한다. 기업 구인광고에 ‘8200부대 출신 우대’라는 문구가 들어갈 정도다. 컴퓨터와 데이터처리에 특화된 ‘맘람(Mamram)부대’가 있고, 인력양성 프로그램인 하바찰롯(Havatzalot)의 경우 숙련된 정보요원 육성을 위해 하이파대에서 군복무 중에 학위를 이수할 수 있다.

징병제인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여자 2년이 의무복무인데, 이들 부대원들은 혹독한 검증을 거쳐 의무복무를 포함해 대개 9년간 군복무를 한다. 부대원들은 제대 후 첨단기업에서 기량을 발휘하거나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다시 군사력을 건설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이버보안기술 축적의 원동력은 이란ㆍ시리아 등 범(凡)아랍권에 둘러싸여 당장의 생존과 끊임없는 사이버위협에 맞서야 하는 절박함에 있다. 이의 중심에는 대국민 신뢰도 90%가 넘는 이스라엘 군이 자리한다. 군은 국가안보는 물론 우수한 기술인재를 창업 생태계에 공급하고, 정부는 이를 토양삼아 경제성장을 견인할 사이버보안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손영동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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