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때 종부세, 박근혜 때 담뱃세 … 증세가 정권 힘 빼는 악재 된 적 많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증세 없는 복지’ 논란에 휘말렸던 문재인 정부가 20일 “증세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역대 정부에서의 증세 논의가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부터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하면서 “법인세 정상화 등 ‘부자 감세’ 철회를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는 논리였다.

역대 정부에서 증세 문제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당장 노무현 정부에선 세금 문제는 정권의 힘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소위 ‘상위 1%’에게만 과세하겠다며 신설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세 강화 등은 노무현 정부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패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가까이는 박근혜 정부의 경험도 있다.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공식적으로 증세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박근혜 정부지만 ‘사실상의 증세’ 때문에 곤욕을 겪었다. 국민 건강을 이유로 담뱃세를 올렸지만 흡연율은 크게 줄지 않고 결국 우회적으로 세금을 더 거두기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멀리는 1977년 도입된 부가가치세가 유신체제에 대한 민심의 저항을 촉발시켜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린 경험이다. 부가가치세는 지난해 전체 국세 세수 중 26.9%를 차지해 소득세(29.8%)에 이어 두 번째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나라 곳간을 채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조세 저항으로 인해 정치적 부담은 매우 컸던 것이다.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례를 보더라도 증세보다는 감세가 표를 얻는 유리한 전략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권·환경 등에선 진보적 목소리를 내면서도 법인세와 사회연대세 등은 내리는 감세정책을 펴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