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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맑은 공기 마시며 찜질하고 쑥뜸 … 여자들의 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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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행복마을 ③ 전북 완주군 안덕마을

안덕마을을 찾아온 여행객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금장굴. 일제 강점기 금을 캐던 광산의 갱도다.

안덕마을을 찾아온 여행객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금장굴. 일제 강점기 금을 캐던 광산의 갱도다.

시집온 며느리가 도망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모악산 자락에 숨어 있는 벽촌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 얘기다. 그런데 이 농촌 마을은 며느리가 빠져나오기는커녕 오히려 여자들이 앞장서 찾는 여행지로 입소문이 났다. 호기심을 안고 7월 14일 안덕마을을 찾았다.

모악산 자락 150여 가구 옹기종기 #한증막·동굴 오가며 땀 빼고 식히고 #전용 한의원, ‘팜 투 테이블’ 뷔페 … #작년 10만 명 방문, 진짜 휴식 즐겨

150가구가 들어선 마을은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했다. 모악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계곡 양옆으로 멋들어진 한옥과 담장 낮은 황토집이 어깨를 잇댔다. 마을 주민들이 2009년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꾸준히 가꿔 온 덕분이었다. 마을 여행의 테마는 ‘건강’과 ‘힐링’. 안덕마을 유영배(52) 촌장은 “2016년 한 해 10만 명이 방문했다”며 “여행객 중 여성이 절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유 촌장을 따라 한증막부터 갔다. 벽과 바닥을 황토로 빚어 전통 구들장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이었다.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한증막 덕분에 안덕마을은 ‘건강촌’으로 유명해졌다. 한여름에 무슨 한증막인가 싶었는데, 구들장에는 땀을 빼는 여성이 여럿이었다. “의외로 시원하다”는 체험객의 증언(?)에 용기를 얻어 40도 저온방에 들어갔다. 땀을 빼서인지 밖으로 나오니 몸이 개운해졌다.

에어컨 나오는 ‘얼음방’에서 한숨 자야겠다 싶었는데, 냉방기 한 대가 없었다. 대신 열을 식히는 장소는 따로 있었다. 한증막 내부 통로로 갈 수 있는 동굴 ‘금광굴’이다. 금광굴은 일제강점기 금을 캐던 광산의 갱도인데, 지금은 천연 냉방이 되는 여행객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50m 정도 이어진 동굴 안은 들어서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했다. 제대로 피서지를 찾아온 기분이었다. 한증막은 안덕마을 한의원과도 연결돼 있다. 한의사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주하며 맥을 짚어 주고 침이나 뜸 치료를 한다.

모악산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전북 완주 안덕마을. 계곡을 따라 마을이 형성됐다.

모악산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전북 완주 안덕마을. 계곡을 따라 마을이 형성됐다.

여행에서 식도락이 빠지면 서운한 법. 안덕마을 한의원 옆 한식뷔페 식당에 갔다. 식재료 70%는 안덕마을에서 생산한다고 하니 요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다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레스토랑으로 불러도 손색없었다. 전북 익산에서 친구들과 놀러왔다는 소민선(42)씨는 “유명 관광지는 사람들 때문에 피곤해지기 일쑤인데, 한가로운 데서 찜질하고 시골 밥 먹으니 제대로 쉬는 기분이 난다”고 말했다.

여행객이 모이면서 쇠락해 가던 안덕마을은 되살아났다. 안덕파워영농조합법인 임옥섭(43) 사무장은 “2009년 마을 주민이 15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300명을 넘어섰다”면서 “도시보다 더 일자리가 많은 신바람 나는 일터가 됐다”고 자랑했다.

안덕마을의 성공은 완주에 농촌체험마을 붐을 일으키는 계기도 됐다. 박성일(62) 완주군수는 “완주군에 슬로푸드·전통체험 등을 테마로 한 10개의 농촌체험마을을 육성하면서 활력 있는 농촌 만들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안덕마을은 ‘여자’를 위한 여행지에서 ‘3대’가 찾아오는 농촌체험마을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 여행객을 위해 농산물 수확하기, 천연염색 등의 체험도 시작했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안덕마을까지 자동차로 3시간30분 걸린다. 안덕마을 한증막 어른 8000원, 어린이 6000원. 펜션은 8만원, 캐러밴은 7만원부터. 안덕마을에서 숙박하면 한증막을 1인당 2000원 할인해 준다. 물고기 잡기, 인절미 만들기 등 가족 체험은 20명부터 가능. 체험비는 내용에 따라 1인 3000~7000원. 한식뷔페 1인 7000원. 063-22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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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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