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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pen] 무너진 도시를 살린 작은 공

중앙일보

입력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있는 R&A 클럽하우스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 있는 R&A 클럽하우스

가장 오래된 골프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이 20일 잉글랜드 리버풀 인근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에서 개막한다. 디 오픈의 경제효과는 막대하다. 영국 셰필드 대학에 따르면 2015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벌어진 디 오픈 챔피언십이 스코틀랜드 경제에 미친 효과는 1억4000만 파운드(약 2045억원)로 조사됐다. 여행자들이 쓴 비용이 8800만 파운드, 방송 노출 효과가 5200만 파운드였다. 전세계에서 5억 가구 이상이 디 오픈 챔피언십을 봤다. 세인트앤드루스시가 포함된 파이프주의 경제 효과는 5200만 파운드였다.

몰락한 중세 가톨릭 성지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 성지로 자리매김 골프 순례자 불러 #2015년 디 오픈 경제효과 2045억원 #브렉시트로 상금 파운드에서 달러화로 바꿔

1억1000만 달러(약 1237억원)에서 1억 1400만 달러(약 1575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다른 골프 메이저대회 보다 크다. 같은 디 오픈이라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대회와 그렇지 않은 대회는 임팩트가 다르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서부에 있는 아이셔의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열린 디 오픈의 경제효과는 1억1000만 파운드(1480억원)였다.

세인트앤드루스는 골프가 생긴 골프의 고향, 골프의 성지라는 후광을 가지고 있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대회가 열릴 때는 관심도 커지고 관광객도 많아진다. 잭 니클러스는 “골퍼라면 골프의 고향인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의 작은 도시 세인트 앤드루스는 골프를 통해 스코틀랜드 관광산업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세인트 앤드루스가 골프의 성지가 된 기원은 이렇다. 아일랜드 출신의 수도사인 세인트 룰은 세인트 앤드루스의 뼈를 가지고 이교도들이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와서 뼈를 묻었다. 그 먼 곳이 스코틀랜드의 동해안이었다. 그 위에 세인트 앤드루스 대성당이 세워졌다. 성당 건축에 150년이 걸렸고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다.

세인트 앤드루스에 남아 있는 대성당 잔해

세인트 앤드루스에 남아 있는 대성당 잔해

북유럽에서 세인트 앤드루스는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였다. 유럽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세인트 앤드루스로 몰려들었다. 4월에는 세인트 앤드루스 항에 300척의 배가 정박했다는 기록이 있다. 순례자들은 평생 애써 모은 돈을 교회에 바쳤다. 세인트 앤드루스 성당은 스코틀랜드 정부보다 많은 돈을 썼다. 도시에 빵집이 60~70개가 됐고 거리마다 술집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240년간 세인트 앤드루스를 번화하게 했던 교회는 1559년 무너졌다. 종교개혁가 존 녹스는 성당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스코틀랜드인 대부분이 개신교가 됐다. 세인트 앤드루스는 몰락했다. 한 역사가는 “세인트 앤드루스가 황금알을 낳던 성당을 무너뜨린 건 맥도널드가 정크 푸드는 몸에 해롭다고 선언하고 패스트푸드 체인들을 다 부숴버린 것과 같다”고 썼다.

인구는 1500년대 1만4000명에서 1793년 2854명으로 줄었다. 대성당 부속 학교 비슷하게 만들어진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도 쇠퇴했다. 1410년에 세워진 이 대학은 영국에서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 이어 3번째로 유서 깊은 명문 대학이었다. 이 대학에서 스코틀랜드를 이끄는 리더들이 나왔는데 1876년 이 대학의 학생은 130명으로 줄었다.

골프가 세인트 앤드루스를 다시 살렸다. 스코틀랜드에서 골프의 고향으로 가장 유망해 보인 곳은 수도인 에든버러 인근의 골프장들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함께 도시가 팽창하면서 개발압력에 시달려 오래된 골프장들은 외곽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세인트 앤드루스는 작은 도시여서 개발압력은 적었다. 오래된 코스가 그대로 남아 있는 세인트 앤드루스는 정통성을 주장할 수 있었다.

세인트 앤드루스는 왕을 설득해 ‘로열Royal’ 칭호는 물론 전통을 인정받는 ‘에인션트Ancient:오래된’라는 이름까지 받았다. R&A가 이의 약자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뛰어난 프로 골퍼가 나왔다. 또 적자에 허덕이던 디 오픈 챔피언십 개최권을 가지게 되면서 골프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오픈 챔피언십은 중계권료 등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디 오픈 챔피언십은 올해부터는 상금을 파운드가 아니라 달러로 지급하고 있다. 디 오픈과 윔블던 등 영국에서 열리는 콧대 높은 스포츠 이벤트에서 파운드를 쓰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렉시트의 여파다. 2016년 디 오픈의 총 상금은 2015년에 비해 20만 파운드가 늘어난 650만 파운드였다. 우승상금도 117만 파운드로 2만 파운드가 증가했다.

올해 대회가 열리는 로열 버크데일

올해 대회가 열리는 로열 버크데일

그러나 달러로 환산하니 우승상금은 2015년 180만달러에서 2016년 153만 달러로 오히려 27만 달러가 줄었다. 다른 메이저대회에 비해 실제 상금이 줄어들자 조직위는 상금지급을 달러로 바꿨다. 올해 총 상금은 1025만 달러, 우승상금은 184만 달러다.
두산은 8년째 대회 스폰서로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회 기간 중 전 세계 방송 중계를 통한 로고 노출 효과가 약 714만파운드로 두산은 추산했다. 103개 방송사가 중계했고 전 세계 6억가구가 시청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또 “디 오픈 공식 홈페이지에 두산 로고가 약 3,000만번 노출됐다”면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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