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공무원 비리 차단책..."같은 인·허가 업무 5년 이상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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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공무원의 인허가 비리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19일 발표했다. 같은 인허가 업무를 5년 이상 맡지 못하고, 퇴직 공무원과의 사적 만남을 보고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동일 인·허가 업무 전보 의무화 #퇴직 공무원과 만날 땐 서면 보고 #직무 연관성 떨어질까 우려도 #

이날 발표된 ‘부정비리 차단 6대 종합대책’에는 이와 함께 ^재산등록 대상자에 비리 취약 업무 종사자 추가 ^퇴직 공무원 일감 몰아주기 차단 ^공익 제보 활성화 ^비리 감사에 시민 참여 확대가 포함됐다.

1000원만 받아도 징계하는 일명 ‘박원순법(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의 확대판이라는 게 서울시 측 설명이다. 이번 대책은 최근 경찰에 적발된 서울시 공무원의 버스업체 관련 비리 의혹 등이 계기가 됐다.

대책에 따르면 서울시 행정직·기술직 공무원이 동일 인허가 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할 수 없다. 업무 제한기간과 관련한 인사 이동은 매년 상반기 1회씩 정기적으로 시행되며 내년 상반기부터 도입된다.

서울시는 시청과 인사 교류를 하는 시내 25개 자치구에도 이 제도 도입을 권고키로 했다. 최정운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공직사회 내에 남아 있는 부정비리를 뿌리뽑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향후 전보 대상 범위를 보조금 지원, 민간위탁, 지도·감독 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일로 퇴직 공무원(퇴직한 지 3년 미만)을 사적으로 만나는 것도 제한키로 했다. 이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9월부터 시행된다.

부득이하게 퇴직 선배를 만날 경우엔 동료와 동행하고 사전에 서면보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소 견책 등의 징계 처분을 받는다.

최 위원장은 “퇴직 공무원이 직무 관련 업체에 취직해 금품이나 향응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직 공무원을 고용한 업체와는 수의계약을 제한하는 방안도 내부 검토를 거쳐 9월부터 시행된다. 수의계약이 아닌 연구용역·행사 등은 해당 업체의 제안서 평가에서 감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박 시장이 강조해 온 직무 전문성 강화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관계자는 “비리 근절도 중요하지만 전문성이란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전문성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건축 관련 인허가를 담당하던 공무원이 건축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식으로 직무 연관성을 최대한 고려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퇴직 공무원과의 사적인 만남을 막는 것이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선영ㆍ홍지유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서울시의 부정비리 차단 6대 종합대책

-장기 인·허가담당 의무전보제
-퇴직공무원과 사적 접촉 제한
-재산등록 대상자에 비리취약 업무 종사자 추가
-퇴직공무원 일감 몰아주기 비리 차단
-비리 관련 공익제보 활성화
-비리 감사에 시민 참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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