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신고했다가 경찰에 총 맞아 숨진 美 여성…경찰 바디캠도 꺼져있어 수사 난항

중앙일보

입력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911에 신고전화를 한 여성이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상황 발생시 녹화중이어야 할 경찰의 바디캠(착용형 카메라)은 꺼져있던 것으로 드러나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다.

[사진 CNN 홈페이지]

[사진 CNN 홈페이지]

저스틴 루쉬첵(40)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11시, 이웃 집에서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것 같다며 911에 신고를 했다. 루쉬첵의 신고로 2명의 경찰이 출동했고, 루쉬첵은 출동한 경찰관 중 모하메드 누어 경관이 쏜 총에 복부를 맞아 숨졌다.

루쉬첵의 약혼자인 돈 데이먼드는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발생 이후 경찰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어떠한 일이 벌어졌고, 누어 경관이 왜 총을 쐈는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저스틴에게 정의를(Justice for Justine)"이라는 푯말과 함께 루쉬첵의 집 앞에 헌화하고 촛불을 밝혔다.

기자회견 중인 저스틴 루쉬첵의 약혼자 돈 데이먼드 [사진 CNN 홈페이지]

기자회견 중인 저스틴 루쉬첵의 약혼자 돈 데이먼드 [사진 CNN 홈페이지]

총을 쏜 누어 경관은 변호사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명했다. 누어 경관측 변호인인 토마스 플렁켓 변호사는 "누어 경관은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는 지역과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 경찰이라는 직업은 소명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어 경관은 이번 사건도 그의 소명에 따른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여러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해 더 언급하고 싶지만 나중에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저스틴 루쉬첵에게 총격을 가한 모하메드 누어 경관. [사진 CNN 홈페이지]

저스틴 루쉬첵에게 총격을 가한 모하메드 누어 경관. [사진 CNN 홈페이지]

베스티 호지스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경관들이 규정에 따라 바디캠을 착용하고 있었다"면서도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관 모두 바디캠을 켜놓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니애폴리스 경찰 규정상 경찰관은 무력 사용에 앞서 "안전한 한 최대한 빨리, 범죄활동에 개입한 순간" 바디캠을 작동시켜야 한다.

호지스 시장은 "시장이자 한 사람의 부인, 또 할머니로서 이번 사건에 마음이 아프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현재 수사 초기단계지만, 관련 당국에 최대한 빨리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자네 할토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은 "유가족과 지역주민들의 아픔과 좌절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할토 서장은 "이에 외부의 독립적인 수사기관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고, 투명한 수사와 함께 최대한 많은 질문에 답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테레사 넬슨 임시 수사팀장은 성명을 내고 "사건에 연루된 두 경관은 우선 바디캠 작동 규정인 4-223 정책을 어긴 부분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며 "이 정책을 어김으로써 진실을 규명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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