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남북회담 제의에 美 "지금은 대화 조건과 멀리 떨어져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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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남북회담을 제의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한미일의 방침에 있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 [중앙포토]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 [중앙포토]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나온 말들이니 한국에 물어보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위해) 충족해야 하는 어떤 조건들에 대해 명확히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그 조건들과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는 분명히 멀리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아직 대화를 시작할 조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미국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로 본토 안보를 지키기 위한 요격 미사일 훈련을 공개하고,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방미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지금은 압박을 가할 때"라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방미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1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남북회담 제의에 "지금은 압박을 가할 때"라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현재 미국을 방문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이날 "지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지금은 압박을 가할 때'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힌 데에 이어 마루야마 노리오 외무성 대변인은 "지금은 대화가 아닌 압박을 가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한미일의 방침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미일 대북공조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본격적인 대화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우리 정부도 미국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 제의) 발표 이전에도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충분한 설명이 있었고 그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미간 (인식에) 큰 차이는 없다"고 밝혔다.

또,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 제안은 공동성명에서 적시된 내용의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미국의 반응도) 불만이라기보다는 북한이 제안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측면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측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주한 미 대사관측과 만나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추가 설명을 하는 한편, 대북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기대도 있고 우려도 있는데 (대북정책을) 좀 더 신중하게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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